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세금이 자신의 소득 대비 과도하게 높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 조세 제도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으며, 절반 이상은 증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조세부담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6%는 최근 5년간 조세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크게 늘었다고 생각하는 세금 항목은 취득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32.0%), 4대 보험 및 각종 부담금(25.2%), 근로 및 사업소득세(22.7%)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65%는 현재의 소득과 비교했을 때 체감하는 조세부담이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취득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28.9%), 근로 및 사업소득세(28.6%), 4대 보험 및 각종 부담금(24.2%) 등에 대해 세금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 조세제도가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자도 74.7%나 됐다. ‘조세제도가 특정 소득 계층에게 더 유리하거나 불리하다’(38.9%)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특히 조세제도가 불공정하다는 응답의 비율은 중산층에 속하는 소득 3분위에서 가장 높은 83.9%로 조사됐다.
응답자 반수 이상인 64.6%는 증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찬성 비율은 35.4%에 그쳤다. 가장 큰 증세 반대 이유로는 ‘세금이 낭비되거나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다’(50.1%)가 꼽혔다. ‘증세 과정에서 소득 계층 간 갈등 발생 가능성이 커서’(19.5%), ‘증세를 하더라도 복지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16.5%) 등의 이유가 뒤따랐다.
응답자 32.4%는 건전한 재정 유지와 안정적 세수 확보를 위해 증세 대신 조세제도와 조세행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각종 복지 지출 효율화(21.5%)와 세출 구조조정(20.7%)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민이 체감하는 세 부담이 높고, 조세 공정성에 대한 불만도 큰 상황에서 섣부른 증세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증세에 앞서 재정지출을 효율화하고, 과세 형평성 및 투명성 제고로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한경연의 의뢰를 받은 모노리서치가 지난 5,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ARS 조사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