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상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수상 예측 투표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의 각종 시상식 결과를 점치는 사이트 ‘골드더비’에 따르면 윤여정은 전문가와 편집자, 일반 회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아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다른 후보들과의 표 차는 압도적이다. 윤여정은 미국 서부시간 기준 오전 11시30분 기준 4504표를 얻었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592표),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413표),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188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164표)을 모두 앞섰다.
윤여정은 전문가 27명 중 24명으로부터 수상자로 지명됐다. 또 골드더비 편집자 11명, 지난해 오스카상을 정확히 예측한 ‘톱 24’ 회원, 지난 2년 동안 아카데미상 예측 정확도가 높았던 ‘올스탑 톱 24’ 회원의 표도 휩쓸었다. 일반 회원의 76%(4421표)도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예측했다.
골드더비는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레이스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오스카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움켜쥐는 두 번째 아시아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오스카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골드더비 예측 결과에서는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이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에 이어 감독상 부문 2위를 달렸다.
또 ‘미나리’는 작품·각본·음악상 부문에서 각각 3위를 기록했고, 한국계 주연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4위에 올랐다.
윤여정이 만약 여우조연상을 받으면 한국영화 102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는 한국 배우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1947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 74세인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되면 이 부문에서 ‘인도로 가는 길’(1984)의 페기 애슈크로프트, ‘하비’(1950)의 조지핀 헐에 이어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수상자가 된다. 또 윤여정은 영어가 아닌 대사로 열연을 펼쳐 오스카 연기상을 받는 여섯 번째 배우가 될 수 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차 한국시간으로 지난 13일 출국해 현재 로스앤젤레스(LA)에 체류 중이다. 그는 최근 영화 전문매체 데드라인 등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수상하면 사람들이 매우 기뻐하겠지만, 저는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올림픽에 출전해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대표해서 경쟁하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시간으로 25일 오후 5시(서부시간 기준), 한국시간으로 26일 오전 9시 ABC 방송을 통해 전 세계 225개 나라에서 생중계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