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 권성동 의원은 20일 “경선에서 ‘윤석열 마케팅’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자력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해야 권위를 인정받고, 향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잡음 없는 관리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사면도 요구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 의원과 인터뷰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탄핵, 대통령은 흘러가도 보수는 지켜야 했다”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당도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이미 탄핵은 이뤄졌고, 역사적 사실이 됐다. 지금에 와서 탄핵의 당부(當否)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지난해 21대 총선을 거치며 당내에서 탄핵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본다. 최근 4·7 재보궐선거에서도 합리적인 중도 후보들이 결국 표심을 얻지 않았나. 소위 말해서 우리 당의 강경 지지층의 생각이 국민 일반과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못했던 것을 인정해야 문재인정부의 ‘내로남불’도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의총에서도 했던 얘기인데, 우리 당은 보수의 강둑이다. 대통령이나 우리 의원들은 흘러가는 강물에 불과하다. 대통령은 흘러가도 강둑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당시 여러 정치적 아픔이 있었지만,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해 탄핵에 나섰던 건 결국 보수를 살리고, 당을 살리고, 또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고심의 발로였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은.
“탄핵과 형사처벌은 별개의 문제다. 탄핵은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를 해서 도저히 그 직무를 수행하기 불가능할 때 이뤄지는 것이라면, 형사처벌은 말 그대로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다. 탄핵에 찬성했다고 해서 형사처벌까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께서 어찌됐든 4년 이상 수형생활을 한다는 건 대한민국의 국격과도 관련 있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청와대와 의사 합치가 있었던 것 아니겠나. 정부·여당도 국민 통합을 위해 사면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으면 빠른 시일 내에 사면을 하는 것이 좋다.”
“영남 지지기반으로 전국정당 돼야”
-여당에서 권 의원 당선을 껄끄러워 한다는 말도 나온다.“재선 의원 시절 각종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등에서 간사를 도맡았었고, 법사위원장을 할 때도 민주당 주장에 많은 반박을 하고 비판을 했었다. 그런 점이 여당으로서는 아마 아프지 않았겠나 싶다. 저는 기본적으로 협상주의자다. 원내대표가 되더라도 협상이 7이라면 투쟁에 3 정도의 비중을 두려한다.”
-당내 일각에서 소위 ‘영남당 탈피론’도 제기되는데.
“우리 당이 잘 나갈 때나, 어려울 때나 우리의 최고 지지층은 영남이다. 영남에 대한 감사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영남 이외의 서울, 수도권, 충청권은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호남은 전무하다시피 하니까 영남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해서 실질적인 전국정당으로 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초선의원들이 말한 것으로 안다. 당 지도자를 뽑는데 어느 지역 출신은 배제하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만 인구수로 보면 정치 비주류인 강원도 출신이 우리 당 원내대표를 했던 기억은 없다. 제가 원내대표가 된다면 우리 당의 포용력이 커졌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고, 지역적 외연도 그만큼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원내대표 경선 후보들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그간 의정 활동에서 나타나듯이 저는 전투력과 협상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오뚝이 같은 정치 인생을 살고 있다. 정치 보복으로 수사·재판을 3년간 받았고, 탄핵소추위원 경력 탓에 당내 많은 비판도 받았다. 결국 공천에서 떨어졌지만 무소속으로 생환했다. 지금 정치 인생은 덤으로 산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욱 헌신하려 한다. 원내대표가 마지막 자리라는 각오로 정권 교체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차기 당 지도부는 대선 불쏘시개 돼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어릴 적 친구로 친분이 있다는데.“(웃으며) 저는 기억이 없다. 원내대표는 공정하게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해야 하는 자리인데, 개인적인 친분에 치우쳐서는 안 되지 않나. 우리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대선후보들과 두루 친분이 있지만, 개인적 친소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몇몇 언론에서 ‘윤석열 마케팅 전략’을 묻기도 했는데, 저는 ‘윤 전 총장과의 친분을 경선에서 마케팅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정치를 해 오면서 특정인에 기대 정치를 한 적도 없다. 내 스타일과 맞지도 않는다. 내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으로 해야 나중에 원내대표가 되더라도 힘이 생기지 않겠나.”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의 조건이 있다면.
“대선 승리를 위한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우침이 없어야 하고, 통합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조정 능력도 필요하다. 차기 원내대표나 당대표는 대선 승리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 대선 후보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 마련이라 정치인 개인으로서는 크게 각광 받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적 양보, 희생이 필요할 것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난 뒤 독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김 전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나락에 빠져있던 우리 당을 구한 분이다. 당의 지향점 설정을 잘 했고,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짧고 굵은 메시지로 당의 의사를 탁월하게 전달했다. 무엇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김 전 위원장 운이든, 상황이 그랬든, 결국 그의 역량 덕분이었다고 평가한다. 지금 당 밖에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는데, 우리 당에 대한 애정의 발로이자 더 쇄신하고 통합하라는 훈수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지호일 이상헌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