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스와프까지 총동원하는 정부…경쟁 치열해 쉽지 않을 듯

입력 2021-04-20 17:29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한·미 백신 스와프’는 계약만 성사되면 백신을 선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내놓을 백신 잉여분이 많지 않을 것이고,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경쟁도 치열해 계약이 체결되기까지 여러 변수를 뛰어넘어야 한다. 들여오는 백신도 화이자, 모더나가 아닌 혈전 논란이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AZ)일 가능성이 커 논란의 불씨를 남길 수 있다.

백신 스와프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 부분에 ‘양질의 특허 및 복제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는 내용을 근거로 한·미 백신 스와프를 당 차원에서 공식 제안했다.

이때만 해도 정부는 내부 검토 결과 계약이 어렵다는 판단했다. 백신 스와프를 제시한 나라가 없고 미국 영국 등이 잉여 물량이 있어도 이를 개발도상국에 무상으로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는 이유에서다. 한·미 FTA 조항도 검토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정적 견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그러나 미국의 백신 접종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면서 잔여 물량이 있다고 판단하고, 국내 백신 대란이 심각해지면서 가능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는 차원에서 스와프를 재검토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현재 미국은 성인의 절반 이상인 1억3000만명이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고, 3분의 1은 2회 접종을 완전히 마쳤다.

문제는 부스터샷을 고려 중인 미국이 다른 나라에 내놓을 백신 물량이 많을지 예단할 수 없고, 물량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또 정부는 우리가 먼저 백신을 공급받은 뒤 나중에 이를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정 장관은 20일 “백신 문제는 정치·외교적 사안과 디커플링(별개의 문제)이 원칙”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우리 정부가 백신이 어렵다면 미국에 다른 사안을 선물해야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내놓을 백신 종류가 아스트라제네카라면 이 또한 논란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혈전증 논란으로 인해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제품이다. 미국이 스와프 형식으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빌려준 백신도 사용 승인을 하지 않고 비축만 해둔 아스트라제네카다.

정부는 스와프 외에도 백신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 등 다른 의료물품과 백신을 스와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