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그녀의 친아들을 때리라고 종용해 숨지게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2심에서 감형됐다. 법원은 피고인의 책임이 실제 폭행을 자행한 친모의 죄책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정재오)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7년이 선고된 A씨(38)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앞서 피해자의 친모인 B씨(38)는 2019년 11월부터 대전 유성구 자택 등지에서 훈계를 이유로 당시 8세였던 친아들 C군과 친딸 D양(7)을 빨랫방망이, 고무호스, 빗자루 등을 이용해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 4개월간 이어진 폭행 끝에 C군은 지난해 3월 외상성 쇼크로 숨졌다. 당시 C군은 밥을 먹지 못하고 부축 없이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당시 B씨의 폭행 뒤에는 A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로 아이를 살피며 친모인 B씨에게 “때리는 척은 노노”, “아무 이유 없이 막 그냥 (때려라)” 등의 문자를 보내며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지시와 종용으로 B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범행 자체의 직접적 행위자는 B씨인 만큼 A씨에게 B씨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내리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하며 A씨 형량을 낮췄다. B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B씨 범행이 A씨 지시와 종용으로 시작되고 유지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피해자의 직접적인 보호자는 친모라는 점을 고려할 때 A씨에 대한 원심 형량은 다소 무겁다”고 설명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