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만에 무기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은 역대 가장 도발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만에 무기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20일 대만연합보에 따르면 미 의회는 조만간 미 육군의 M109A6 팔라딘 자주포를 대만에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할 방침이다.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M109A6 자주포를 구매하는 건 이번에 처음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미국이 이번 계약에서 자주포 40기를 판매할 예정이고, 이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대만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무기 판매 승인이 트럼프 전 행정부 때보다 앞당겨졌다는 데 주목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2017년 6월 대만에 처음 14억달러(약 1조557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웨이둥쑤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은 대만 섬에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를 이간하고 분리주의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도록 선동할 뿐 아니라 미국 무기 거래상들이 막대한 돈을 벌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만 언론이 M109A6를 미 육군이 주로 사용하는 자주포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M109 시리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중고 장비를 폐기하는 대신 비싼 가격표를 달아 대만에 판매함으로써 신형 무기 구입 자금을 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창 푸단대 미국학센터 부소장은 “통상 무기 판매는 미국이 발표하지만 이번에는 대만 언론이 먼저 공개했다”며 “미국과 대만 집권당이 사전에 소통해 이렇게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대신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만들어 대만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미국이 대만과 통상, 문화 등 분야에서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고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이런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트럼프 행정부 때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대만에 정부 고위 인사를 보내고 임기 동안 20가지 무기를 판매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전임 행정부 못지않게 대만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밀착 움직임에 연일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대만 인근 상공에 25대의 군용기를 띄워 역대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은 대만이 자국 영토이며 필요하다면 무력 통일할 수 있다고 법률에 명시해놨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