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196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위법 소지가 있는 홍보를 한 탓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남양유업이 이번엔 제품의 40%를 생산하는 세종공장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이후 8년간 이어진 불매운동도 뜨거워지고 있다. 8년 동안 소비자 불신을 키워온 남양유업이 환골탈태하려면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양유업은 “세종시로부터 식품표시광고법(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행위의 금지)에 의거해 ‘세종공장 영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에 대해 사전 통지를 받았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개월 행정처분을 세종시에 의뢰했고, 이에 따라 사전 통지를 받은 남양유업이 세종시에 의견을 제출하면 최종 처분이 결정된다.
사전 통지대로 영업정지 2개월이 확정되면 남양유업은 심각한 생산 차질을 빚게 된다. 세종공장은 남양유업 제품의 약 40%를 생산하기 때문에 두 달 동안 공장 가동이 멈추면 타격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 본사뿐 아니라 협력업체, 대리점주 등도 피해를 함께 떠안게 된다.
지난 13일 남양유업이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를 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갔다.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엉성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이 발표로 주가도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며 출렁였다. 식약처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는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남양유업을 고발했다.
2013년 이후 이어져 온 남양유업 불매운동 또한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남양이 남양했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면서 불매운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불거졌고, 남양유업이 그 이후로도 계속 ‘흑역사’를 써내려가면서 견고해졌다.
지난해에는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 직원들을 동원해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린 것에 대해 홍 회장 등이 경찰에 고발됐다. 2016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에 대한 과징금을 기존 124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낮춰 확정하면서 남양유업의 증거은폐 의혹이 제기됐었다. 불매운동 이전인 2009년 맘카페 등에서 경쟁사를 비방했던 사례,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카제인나트륨’ 비방 광고 논란을 빚었던 것도 꾸준히 회자되는 ‘흑역사’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를 위해 ‘숨은 남양유업 찾기’를 한 뒤 정보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우유, 요거트 등의 PB제품 제조사가 남양유업인 경우, ‘백미당’처럼 남양유업을 드러내지 않은 신규 브랜드 론칭 정보 등이 꾸준히 인터넷 카페에서 공유된다. 남양유업 제품인지를 찾아내는 ‘남양유업 판독기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주부 김혜진(35)씨는 “아무리 제품이 뛰어나도 아이들에게 부도덕한 기업 제품을 먹게 하고 싶지 않다”며 “교묘하게 ‘남양유업’ 이름을 감추는 행위에도 분노한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의 부도덕한 경영은 위기를 타개하기보다는 꾸준히 역풍으로 돌아왔다. 2012년까지 업계 1위였던 남양유업은 이듬해부터 2위로 내려앉았다. 꾸준히 하락세를 걷던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이 9489억원(연결기준)으로 전년 대비 7.95% 감소했고,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2년(1조3650억원)의 3분의2 수준으로 떨어졌다.
식품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소비자 불신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 안팎에서는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는 식의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양유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8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며 “남양유업이 처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혁신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일인데 지금의 경영진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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