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국가들 ‘중국·러시아산은 좀’… 품질도 ‘백신 격차’

입력 2021-04-20 17:04 수정 2021-04-20 17:22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의 주사약 병이 헝가리 수도 병원에서 환자에 접종 주사되기 위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다. AP뉴시스

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엔 확보한 백신의 양뿐 아니라 종류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마저 백신 확보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모더나·화이자 등 특정 백신 선호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효능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중국·러시아 백신이 주로 중소득·저소득 국가들에 공급되는 질적 ‘백신 격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캐나다 맥길대 코로나19 백신 추적 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만2536달러 이상인 고소득 국가들에선 스푸트니크Ⅴ, 시노백, 시노팜 등 중국·러시아에서 개발된 백신을 사용 승인한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Ⅴ 백신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으로 등록돼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를 사용 승인한 62개국 중 고소득국은 바레인, 파나마 등 7개국으로 비율이 11%에 그쳤다. 전체 국가 중 고소득국 비율이 약 40%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중국의 시노팜 백신은 중국을 포함한 35개 국가에서 사용 승인이 내려진 상태다. 이 중 고소득국은 바레인, 헝가리 등 5개국으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개발된 시노백 백신은 22개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으나 고소득국은 칠레, 우루과이, 파나마, 홍콩으로 4곳에 불과했다. 중국에 속해있는 홍콩을 제외하면 고소득 국가는 3곳으로, 고소득국 비율은 14%로 집계됐다.

중국·러시아산 백신이 고소득 국가들의 선택을 못 받은 데는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Ⅴ 백신과 중국의 시노백, 시노팜 백신은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 전에 1·2상 결과만으로 승인을 내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중국 질병 관리 관계자는 중국산 백신 효과가 낮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가오푸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지난 11일 “지금 사용하는 백신의 보호율이 높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국 백신 효과가 낮다고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선진국들은 안정성이 증명되지 않은 백신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럽연합(EU)에서 백신 접종을 늘리고 있지만, 스푸트니크V 백신이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 유럽 위생규제기관의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스푸트니크V에 대해 “아직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평가 과정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올해 러시아 백신이 유럽에서 사용될 것 같지 않다”고 타스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