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항소심, ‘사법농단’ 1호 유죄판결 중심 법리다툼 예고

입력 2021-04-20 16:57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 항소심에서 사법농단 의혹의 ‘1호 유죄판결’을 중심으로 한 법리다툼이 예고됐다. 직권남용죄의 해석 범위를 두고 양측이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는 2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 4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가 변경된 이후 첫 공판이라 검찰의 항소이유와 임 전 부장판사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공판갱신절차가 진행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5년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문설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검찰 측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에게 내려진 첫 유죄 판결을 언급했다. 검찰은 “최근 관련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선고가 있었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며 “법리적 환경 변화가 있는 만큼 검찰에 직권남용 법리에 대한 진술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재판 개입 등 행위(직권남용)를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 나온 첫 유죄 판시였다. 대법원도 같은 달 원 전 국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일부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검찰은 직권남용의 범위를 보다 넓게 해석한 두 판례를 참고해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도 직권남용에 해당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임 전 부장판사 변호인은 “최근 선고된 1심 판결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 미리 (자료를) 제출한다면 반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해당 진술을 최종 변론의 의미로 이해하고, 변론기일을 따로 잡아 진행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종 변론을 듣기에 앞서 오는 5월 25일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을 맡았던 주심 판사를 증인신문할 계획이다. 또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기록 송부요청에도 응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에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의 기록 송부는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어 양측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양측이 동의한다면 필요한 기록을 헌법재판소에 송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 소추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탄핵 심판과 관련된 입장을 물었지만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한 뒤 법원을 빠져나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