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거대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집단으로 생활하며 사냥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발견됐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집단 생활을 한 이유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연구자들은 당대에 살았던 거대 초식공룡을 효과적으로 사냥하기 위한 전략이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미국 아칸소대 연구팀은 유타주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에스칼랑트 국가기념물에서 발견된 화석을 분석한 결과, 티라노사우루스가 단독 포식자가 아니라 집단 사냥꾼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물리학적, 화학적 분석을 통해 티라노사우루스의 일종인 테라토포네우스 4~5마리가 계절성 홍수 기간 중에 몰살당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해냈다. 다양한 장소에서 사망한 티라노사우루스 시체가 물살에 휩쓸려 한 곳에 모인 것이 아니라 애초에 집단 생활을 하다가 단번에 떼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2014년 이곳에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처음 발견한 고생물학자 앨런 타이터스는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연구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집단 생활과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하기에는 지능이 부족할 것으로 여겨왔다”며 “(집단 생활 흔적은) 우연한 사건이라기보다는 (티라노사우루스가) 특정 양식의 행동을 했음을 보여준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들 티라노사우루스 집단이 대략 4~22세 사이의 연령대였으며 사망 당시 공동 사냥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타이터스는 “7640만년 전, 이곳에서 아주 슬픈 일이 일어났던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당시 왜 공동 사냥을 했었는지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대형 초식공룡을 잡기 위해 여러 마리가 협력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집단 생활을 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발견된 건 처음이 아니다.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와 미국 몬태나주에서 티라노사우루스 여러 마리의 화석이 발견된 바 있다. 다만 상당수 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만큼 지능을 갖추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매컬레스터대 생물학 교수인 크리스티 커리 로저스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좋은 출발을 했다”면서도 “이 자료를 갖고 티라노사우루스가 집단 생활을 했다고 확신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티라노사우루스가 사회 집단을 이루지 않고 그저 인근에서 생활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먹이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상호 간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