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축구’ 슈퍼리그 사태…“선수·코치진 모르게 경영진 맘대로”

입력 2021-04-20 16:40 수정 2021-04-20 16:49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4일 올린 게시물. AFP연합뉴스 등

유럽 프로축구 거대구단들이 출범을 선언한 유러피언슈퍼리그(ESL)를 향해 현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각 구단에서는 정작 경기를 뛰는 선수와 코치진 등에게 이번 논의가 언급조차 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의사와 상관없이 소속 국가대표팀까지 제외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축구선수들의 국제 노조 격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ESL 출범을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지역에 기반한 축구와 국제 대회 사이의 협력 관계는 필수적”이라면서 “이를 해치는 새로운 대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FIFPRO는 ”축구는 특별한 사회·문화적 유산을 토대로 만들어졌기에 팬들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널리 퍼져나갈 수 있었다”면서 ESL이 축구의 특별함을 해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이들은 “유럽 축구계에 이러한 혼란이 닥친 건 권력을 독점해온 일부의 가버넌스가 초래한 것”이라며 사태에 유럽축구연맹(UEFA)의 책임도 있다고 비판했다.

선수단을 중심으로 한 반발은 각 구단에서도 번지고 있다. ESL 최초 참가구단 12개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즉각 갈등이 불거졌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맨유 선수단 중 일부는 전날 언론을 통해 발표를 접한 뒤 에드 우드워드 단장에게 항의했다. 이에 우드워드 단장은 이들에게 캐링턴 훈련장에서 긴급 브리핑을 했다.

데일리메일은 우드워드 단장의 브리핑에도 선수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전했다.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결정이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맨유의 에이스인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자신의 SNS에 “꿈을 (돈으로) 살 수는 없다”며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또다른 ESL 참가 구단 리버풀에서도 이번 결정이 경영진의 독단으로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앞서 ESL 출범 반대를 밝혔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이날 열린 리즈 유나이티드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처음 소식을 들은 건 어제”라며 “우리(선수단·코치진)는 그 어떤 과정에도 관여되지 않았다. 선수들도, 나도 말이다. 우리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선수들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경력에 치명적일 수 있다. 당장 UEFA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ESL 참가 구단의 선수들을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월드컵 등 주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FIFPRO는 “대표팀 제외 등 선수들의 권리를 해치는 조치에 반대한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