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정모(64)씨는 지난 주말 평소와 달리 운전을 하는 데 부담감을 느꼈다. 도심 차량 주행 제한 속도인 시속 50㎞를 지키느라 전방과 속도 계기판을 수시로 번갈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20일 “나도 모르게 시속 60㎞를 넘겨 주행하는 일이 번번이 일어났다”고 토로했다. 내비게이션이 인식할 수 없는 불시 단속의 경우 피하지 못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그는 “차량을 바꾼다면 속도 제한 기능이 있는지 꼭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 규칙이 시행되면서 자동차의 ‘속도 조절 제한 기능’이 뒤늦게 조명받고 있다. 전국 도심의 차량 제한 속도가 50㎞ 아래로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유럽 완성차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존재했던 기능이지만 속도위반 시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필수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도심 일반도로에서는 차량 최고속도가 시속 50㎞로 제한된다. 보호구역이나 주택가 이면도로 제한 속도는 시속 30㎞다.
제한 속도 초과 시 4~14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3회 이상 제한 속도보다 시속 100㎞를 초과해 주행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최신형 차량에 수동 속도제한 보조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운전자가 미리 제한 속도를 설정해두는 것인데, 속도를 강제로 높이려면 킥다운(기어를 변속해 속력을 높이는 것) 장치가 작동될 때까지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야 한다.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GV70에는 지능형 속도제한 보조기능이 들어있다. 이 기능은 전방 카메라나 내비게이션이 교통 표지판 정보와 지도 정보를 파악한 내용을 기반으로 제한 속도를 준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어린이 보호구역에 진입 시 ‘30㎞ 이하로 속도를 줄인 것인지’ 여부를 운전자에게 묻는 식으로 작동된다.
과속 처벌 규정이 엄격한 유럽 지역의 제조업체들은 자동차를 만들 때 대부분 속도제한 기능을 기본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거의 모든 모델에 속도제한 기능이 장착돼 있다. BMW나 벤츠, 푸조 등도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기능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끈 것은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 처벌 강화) 제정 이후”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내수용 차량 전반에도 해당 기능이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