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0일 “검찰의 의리는 정의에 있고 그 정의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행은 이날 오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조 대행은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군 대사를 인용해 ‘검찰의 정의’를 설명했다. 그는 “전장에 있어 장수의 의리는 충성에 있고 그 충성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대사를 언급한 뒤 “검찰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의와 공정에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돌연 사퇴한 이후 검찰 조직을 통솔해 온 조 대행은 검찰 구성원들에게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24일 확대간부회의를 연 자리에선 ‘편가르기 문화’를 반성하자고 했고, 별건 수사 관행을 타파하는 예규를 내놓았다. 지난달 31일 부동산 투기사범 근절을 위한 검사장회의에선 “실무상 한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할 일을 찾자”고 당부했다.
조 대행은 이날 30여명의 부장검사 앞에서 “국민들 눈에 비친 검찰의 자화상은 ‘힘이 세고 무섭다. 강자에 약하다. 오만하고 폐쇄적이다’는 것”이라고 쓴소리도 했다. 그는 “항상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보면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신임 부장들이 솔선수범해 후배들을 따뜻하게 지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조 대행이 공식 일정으로 일선 검사들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수차례 검찰 조직의 자성을 당부하는 듯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던 조 대행이기에 이번 방문에서도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검찰 안팎이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검찰 안팎에선 조 대행의 메시지에 평소 소신이 담겨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는 측근들에게 영화 ‘명량’ ‘스파이브릿지’에 나오는 대사들을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특히 “독일계인 당신과 아일랜드계인 내가 미국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느냐? 헌법 때문”이라는 스파이브릿지 속 대사를 언급하며 ‘헌법 정신’을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메시지인 듯 하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