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 일대에 들어설 ‘한중문화타운’을 둘러싼 논란에 중국 관영 매체도 가세했다. 중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중문화타운 추진에 반대하는 건 문화적 열등감의 표출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0일 한중문화타운 건설 철회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0만명 넘게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청원글을 올린 당사자는 ‘차이나타운 건설은 대한민국에 작은 중국을 만드는 일이며 중국에 한국 땅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정지용 푸단대 한국학센터장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중국 문화와 관련된 이슈에 예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한국 보수 세력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반중 감정을 고조시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문화 프로젝트는 양국간 오해와 분열이 커질 때 더욱 필요하다”며 “한국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좀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의 영화 평론가 스원쉐는 “차이나타운 반대 청원은 일부 사람들의 문화적 열등감을 드러낸다”며 “차이나타운을 건설하는 게 한국 영토를 차지하는 것이라면 이는 자신의 문화에 자신감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을 주축으로 한 민간 업체는 강원도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홍천군 북방면 일원에 120만㎡ 규모로 한중문화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관광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역사 왜곡 논란으로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조기종영한 뒤 차이나타운 건설 반대 청원이 등장하면서 논쟁이 붙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이 사업을 ‘문화 일대일로’로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아 “중국의 제국주의적 야심이 투영된 팽창적 외교전략 일대일로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지사는 2019년 12월 한중문화타운 사업 출범식에서 ‘문화 일대일로’란 표현을 썼다.
논란이 커지자 강원도는 전날 설명 자료를 내 청와대 국민청원 글의 내용이 대부분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라고 진화에 나섰다. 강원도는 우선 이 사업은 100% 민간 투자 방식으로 강원도 예산은 1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투자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확하게는 중국 인민망 한국지사가 참여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최 지사의 일대일로 발언에 대해선 “당시 정서로는 문제가 없었던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며 “양국간 교류를 통해 관광·교역까지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제시한 신 실크로드 구상이다. 중앙아시아, 동남아, 유럽, 아프리카 등 주변 국가에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해 경제적 영향력을 넓히려는 의도가 담겼다. 최 지사가 문화 일대일로라는 말을 했던 때는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로 한·중 감정이 이미 안 좋았던 시기다. 외교적 수사로는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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