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부촌에 사는 90세 할머니가 보이스피싱 범죄로 약 365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는 홍콩에서 벌어진 보이스피싱 피해 중 최대 규모로 할머니가 지금까지 되찾은 돈은 13억원에 불과하다.
20일(현지시간) 홍콩01 등 홍콩 매체에 따르면 90세 할머니가 중국 공안을 사칭한 자들의 보이스피싱에 걸려들어 총 2억5490만 홍콩달러(약 365억7000만원)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3개의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할머니의 신분이 중국 본토에서 심각한 범죄에 도용됐다며 할머니의 계좌에 있는 돈이 범죄 수익이 아닌지 조사한다고 지정된 계좌로 돈을 보낼 것을 지시했다. 할머니는 조사가 끝나면 돈을 돌려주겠다는 일당의 말을 믿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돈을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19세 대학생이 할머니의 집을 찾아가 다른 일당들과 휴대전화로 통화를 할 수 있게 연결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이 대학생을 체포해 900만 홍콩달러(약 13억원)가 들어있는 계좌를 동결했으나, 나머지 돈은 다른 일당들이 챙겨 달아난 뒤였다.
할머니는 홍콩 최고 부촌인 빅토리아 피크 인근 ‘더 피크’에서 외국인 운전기사 1명, 가사도우미 2명과 함께 살고 있다. 가사 도우미가 중간에 이상한 낌새를 느껴 할머니의 딸에게 알렸고, 이후 한 친척이 할머니의 은행 송금 길에 동행하기도 했으나 막상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보이스피싱을 막지 못했다. 은행 직원은 한 차례 할머니에게 송금 사유를 물었으나, 할머니는 피크의 부동산 매입 자금이라고 둘러댔다.
딸의 설득에 할머니는 지난달 2일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