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부활’ ‘라스트댄스’ ‘NBA 클래스’ KBL 4강 PO 3대 키워드

입력 2021-04-20 21:00
남자프로농구 KBL 시즌을 결산할 마지막 무대에 단 4개 팀이 남았다. 21일 정규시즌 우승팀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의 1차전을 시작으로 시즌 3위 안양 KGC와 정규리그 준우승팀 울산 현대모비스의 플레이오프(PO) 경기가 다음주까지 교대로 이어진다. 정규리그 종료 뒤 휴식을 취한 두 팀과 6강 플레이오프에서 경쟁력을 재확인한 두 팀이 어떤 승부를 보일지가 농구 팬들의 관심사다.

명가, 혹은 명장의 부활


전창진 KCC 감독과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KBL을 대표하는 두 명장이다. 전 감독은 현 원주 DB의 전신인 원주 TG삼보를 2000년대 최강의 팀으로 이끌었다. 유 감독은 구단의 KBL 역대 최다 챔피언결정전 우승기록 달성과 최초 스리핏(3시즌 연속 우승)을 이루며 2010년대 ‘모비스 왕조’를 건설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이기도 한 두 감독은 역대 KBL 정규리그 최다승 순위에서도 유 감독이 694승으로 1위를, 전 감독이 485승으로 뒤를 잇고 있다.

전 감독의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은 ‘부활’이라는 수식이 가장 잘 어울렸다. 한때 승부조작 스캔들로 검찰 조사까지 받으며 불명예를 안았던 그는 감독직 복귀 2년만에 구단을 완벽하게 재정비하며 명가 KCC를 정상으로 올렸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컵까지 들어올린다면 부활 서사가 완성되는 셈이다. 그로서도 2008-2009시즌 이래 12년만이고, KCC로서도 2010-2011시즌 이래 10년만이다. PO 상대 전자랜드에는 정규리그 전적이 4승2패로 앞선다.

유 감독은 두 시즌 전인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우승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을 정규리그 8위로 마치며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유 감독의 분신이나 다름 없던 가드 양동근이 은퇴, 이번엔 성적을 내기가 까다로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현대모비스는 높이를 강점으로 삼는 견고한 농구로 강력함을 되찾았다. 조기종료된 지난 시즌 덕에 아직 보유한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PO에서 얼마나 보여줄지가 팬들의 관심사다.

‘모든 걸 걸었다’ 전자랜드의 마지막 진격


전자랜드는 살아남은 4개 팀 중 가장 절박하다. 모기업이 다음 시즌 구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새 주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구연맹은 지난달 초 인수의향서를 제출받았다. 이날 관계자에 따르면 연맹은 인수 의사를 제시한 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가 좋은 조건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구단이 낼 성적이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자랜드 선수단 입장에서 이번 시즌 결과에 비단 ‘유종의 미’뿐만이 아닌, 자신들과 구단의 미래가 걸린 셈이다.

6강 PO 대진에서는 행운도 따랐다. 상대였던 고양 오리온의 핵심전력 이승현이 부상으로 3차전까지 결장하면서 앞선 1·2차전을 기대보다 가볍게 따내 승기를 잡았고, 결국 시리즈를 4차전만에 끝냈다. 유도훈 감독의 ‘달리는 농구’가 좋은 흐름을 탄 데다가 지난 2월 말 합류한 외국인 선수 조나단 모트리도 고비마다 뛰어난 활약으로 보탬이 되고 있다. KCC를 상대로도 초반 원정 2경기를 잘 버텨내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자랜드의 숙제는 에이스 김낙현과 모트리 외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다. 유 감독 역시 6강 PO 4차전에서 시리즈를 마무리 지은 뒤 “상대가 ‘전자랜드는 김낙현과 모트리만 막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현우와 차바위, 이대헌 등이 (해결)해주면 좋다”고 짚은 바 있다. 이 경기에서만 3점 6개를 꽂아넣은 슈터 전현우의 활약이 좋은 예시다. 코끼리 군단은 아직 정상을 향해 달려갈 힘이 남아있다.

KGC ‘설 교수의 명강의’는 계속된다


정규리그 후반 최고의 화제는 단연 KGC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였다. 미 NBA 명문 보스턴 셀틱스에서도 주전 빅맨 자리를 꿰차며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해냈던 그가 한국 무대에 들어온다는 자체부터 ‘역대급’ 소식이었다. 합류 시점부터 리그를 지배하다시피 한 그의 활약은 막판 KGC의 도약에 큰 힘이 됐다. 부산 KT와의 6강 PO에서도 경기당 평균 28.0 득점에 리바운드 10.3개로 KGC의 시리즈 스윕을 이끌었다.

설린저의 영향력은 지표로만 평가할 수 없다. 자신에게 집중마크가 들어왔을 때 동료를 살리는 패스도 능숙할 뿐더러 높은 농구지능(BQ)을 바탕으로 한 수비력 역시 수준 높다. 김승기 KGC 감독은 KT와의 2차전 승리 뒤 “경기를 읽을 줄 아는 선수”라면서 “우리 수비 패턴을 이미 이해하고 있더라. 트랩 수비를 해야한다고 먼저 말했는데 타이밍을 너무 잘 맞춰주니 상대가 2대2 플레이를 못한다”고 극찬했다.

설린저 외에도 KGC의 전력을 높이 평가할만한 요소는 많다. 슈터 전성현은 정규리그 후반에 이어 PO 무대에서도 경기당 3점 슛 6.3개를 던져 이 중 3.3개를 림에 통과시키며 평균 17.7득점, 문자 그대로 ‘불 붙은’ 슛 감을 보여줬다. KT ‘정규리그 베스트 5’ 듀오 허훈과 양홍석을 틀어막았던 문성곤과 양희종의 헌신적인 수비, 기존의 탄탄한 조직력 역시 기대할만한 점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