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된 문서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박헌행)는 20일 오전 10시 대전지법 316호 법정에서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53)씨 등 3명에 대한 두번재 공판준비절차를 진행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이었음에도 법정에는 피고인 3명이 모두 출석했다. 이중 A씨와 서기관 B씨(45)는 이달 초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날 쟁점은 삭제된 문서에 대한 산업부의 의견 확인 여부였다. 사실조회 신청을 통해 삭제된 문서와 월성원전 간 얼마나 큰 연관성이 있는지, 또 해당 문서를 작성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산업부로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들은 “산업부가 중요 문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문서관리 시스템 운영 현황 등도 파악해야 하기에 산업부에 대한 사실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측은 “이 사건은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다. 피고인들에게 우호적인 산업부의 의견을 조회한다는 것”이라며 “사실조회 질문 중에는 산업부 직원의 주관적인 의견을 묻는 것도 포함됐다”고 했다.
이어 “사실조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부 질문의 경우 사실을 묻는 것이 아닐 뿐더러 사실조회 대상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변호인들은 “문서의 전체적인 성격은 개인이 아닌 기관에 물어야 한다”며 “문서를 왜 작성했는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은 뭔지 산업부측에 물어보면 재판부가 판단하기 쉬울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산업부 의견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모든 내용을 취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며 “사실조회서를 받아봐야 파일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인 측의 사실조회 신청 채택 여부는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피고인측은 특히 삭제된 문서를 공용기록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재차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들은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와 관련해 기본 사실은 모두 인정하지만, 삭제한 자료를 공용전자기록으로 봐야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해당 문서는 전자결재 문서가 아니고 작성 중인 문서여서 수시로 수정과 삭제가 가능한 문서였다”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이밖에 사건 당일 관리자의 허가를 받고 사무실에 들어간 만큼 사무실 출입을 방실침입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또 감사원이 감사 대상이 아니었던 삭제 자료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했기에 감사방해 혐의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음 공판준비절차는 6월 22일 열릴 예정이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