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7000만원을 하방 돌파한 날, 이달 초 동시 상장했던 네 개의 암호화폐(코인)가 급등했다. 네 개의 전혀 다른 코인이, 불과 상장 2주만에, 대하락장에서 약속한 듯 급등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투기 세력을 배후로 분석했다. 코인 투자 열풍이 과열되면서 특히 2030세대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일 국내 코인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6000만원 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전날부터 이틀간 네 종류의 코인이 하락장을 뚫고 급등세를 기록했다. 문제의 코인은 이름도 생소한 던프로토콜, 엑시인피니티, 스택스, 플로우다. 던프로토콜의 경우 18일 종가가 4650원이었는데 19일 종가 7730원으로 올라서더니 이날 장중엔 1만1030원까지 상승했다. 불과 이틀만에 최고 137%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엑시인피니티는 9030원에서 최고 1만3320원으로 48% 올랐고, 스택스는 2685원에서 최고 3560원(33%), 플로우는 4만3610원에서 최고 5만3670원(23%)으로 나란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게 아니라 특정 시간대 찰나에 치솟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던프로토콜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5분간 7135원에서 1만1030원으로 56%나 시가를 쏘아올렸다. 네 개의 코인 모두 전날부터 유사한 단기 급상승 패턴을 보였다. 게다가 이날은 대장주 비트코인이 급락하면서 글로벌 코인시장의 폭락 가능성이 제기된 날이다. 특별한 이슈도 없는 상태에서 동시 상장했던 네 개의 코인이 ‘신규 상장’ 테마로 묶여 급상승하며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위 말하는 세력이 주된 원인”이라며 “특정 코인의 호가를 순간적으로 높여서 부르기 시작하면서 폭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는 없다. 코스피보다 규모가 작은 코스닥에서도 종종 세력의 주가조작이 발생하지만 감독당국이 감시하기 때문에 이상 거래가 신고되고 처벌까지 받는다. 그러나 코인시장은 감독 주체 자체가 없다.
다만 정황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고 한다. 홍 교수는 “업계나 학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엄밀히 말하자면 증거는 없지만,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5년 전부터도 다수 있어왔다”고 부연했다. 세력들의 코인 시가 조작은 주로 인터넷 인기 투자자나 단체 카카오톡방(일명 리딩방)을 통해 이뤄지는 게 유력하다. 물량을 미리 매집한 뒤 이들을 통해 특정 코인 구매 지시를 내리거나, 폭등 예고를 흘린다. 이어 세력이 호가를 높여 사들이기 시작하면 금세 시세가 급등하며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홍 교수는 네 코인의 급등에 대해 “개인 투자자 투심도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들 자금력은 개별종목 시세를 들었다 놨다 할 만큼 강하지 않다”며 “세력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지금 시장 안팎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이니셔티브를 가진 주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코인시장을 자본시장으로 볼 수 없어 금융감독원이 나서도 월권 해석이 내려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상품으로서의 코인을 ‘구매’한 것으로 해석해 소비자원이 개입할 여지도 있으나 이미 업무 포화상태라고 홍 교수는 부연했다. 자산 양극화에 치인 2030세대가 사실상 세력 투기판에서 놀고 있는 만큼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준구 김지훈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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