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 나왔다던데 ㅠㅠ” … AZ백신 불안한 30대 승무원들

입력 2021-04-20 10:44 수정 2021-04-20 10:52
항공업계 종사자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9일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한 항공 운항 승무원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최현규 기자

항공승무원 대상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시작한 19일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 접종을 마친 승무원들이 병원을 속속 빠져나왔다. 이날 이 병원에서 접종이 예정된 승무원은 300명. 예약 시간을 분산해 접종을 한 덕분에 1층에 마련된 접종 대기실은 한산했다.

접종을 마친 승무원들의 표정은 덤덤했지만 불안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했다. 한 승무원은 접종 후 “백신을 맞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것 같아 망설이다 (접종을) 결심했다”면서도 “AZ 백신의 새로운 문제가 계속 발견돼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초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승무원의 접종 시기를 6~7월로 계획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빠른 2분기 접종 대상자에 승무원이 포함됐다. 항공사 측은 한 달 전부터 승무원들에게 접종 동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희귀 혈전증’ 부작용 논란이 계속되고 30대 미만이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자 젊은 여성이 많은 승무원 집단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현장에선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을 하기 위해선 접종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 저비용항공사(LCC)에 다니는 30대 승무원 A씨는 “곧 국제선 운항을 재개할 텐데 백신을 접종한 승무원을 우선으로 배치할 것 같아 접종에 동의했다”고 했다. B씨는 “회사는 ‘맞지 않아도 불이익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제선 배정은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회사는 승객 안전을 위해 백신 접종한 승무원의 스케줄을 우선 배치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거부한 승무원도 적지 않다. 30대 초반 승무원 C씨는 회사에 접종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임신을 준비하는 중이라 백신을 맞지 않기로 했다”며 “내 주변 승무원들은 비슷한 이유로 안 맞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승무원은 30대 여성이 많은 직군인데 다들 가임기 여성”이라며 “백신을 무리해서 맞지 않으려는 동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고 밝혔다.

접종에 동의했다가 AZ 백신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면서 마음을 바꾼 경우도 있다. A씨는 “승무원 백신 접종 소식이 처음 전해진 후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며 “그때 동의했던 동료들 중에서 아스트라제네카로 결정된 후 번복한 사람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접종 일정을 당기면서 보건소와 항공사 사이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C씨의 경우 접종 비동의 의사를 밝혔지만 보건소에서 접종 대상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항공사 측이 백신 접종 대상 승무원과 그렇지 않은 승무원 명단을 제대로 분류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후 항공사는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니 (백신 접종) 예약 절차를 진행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해 사태를 진화했다.

또 다른 항공사에선 6월 이후 접종 대상자로 분류된 승무원에게 ‘4월 19일부터 24일까지 접종하라’는 보건소 문자가 도착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여러 악재에도 정부는 이미 확보한 백신을 동원해 승무원에 대한 접종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백신을 접종한 뒤 24시간 내 운항을 금지할 것과 접종 후 3일은 근무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각 항공사에 권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