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활동 중 동료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슬픔으로 세상을 등진 고(故) 정희국 소방위 유해가 현충원에 안장된다.
울산소방본부는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순직한 정 소방위의 유해를 21일 남구 옥동 공원묘원에서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장한다고 20일 밝혔다.
정 소방위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로 사망했다’는 점이 인정돼 지난해 5월 인사혁신처에서 위험직무순직 승인을 받았다.
당시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는 정 소방위가 동료를 잃은 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구조활동이라는 위험 직무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후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1월 6일 정 소방위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했으며, 같은 달 25일 국립묘지 안장을 승인했다.
안장식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족, 소방공무원, 지인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할 예정이다.
정 소방위는 태풍 ‘차바’가 내습한 2016년 10월 “고립된 차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후배인 고 강기봉 소방교와 함께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
두 사람은 범람한 강물에 빠져 전봇대를 붙들고 버티다가 결국 급류에 휩쓸렸다. 정 소방위는 약 2.4㎞를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물살에서 탈출했으나, 강 소방교는 현장에서 순직했다.
사고 이후 정 소방위는 가장 아꼈던 동료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극심한 자책감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렸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끝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2019년 8월(당시 41세)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당시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 소방위 캐비닛에 강 소방교의 근무복이 걸려 있는 것이 발견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