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못 지켰다’ 자책감…故정희국 소방관 현충원 안장

입력 2021-04-20 10:38 수정 2021-04-20 13:00
고 정희국 소방위(왼쪽)와 고 강기봉 소방교의 생전 모습. 소방청·울산소방본부 제공.

구조활동 중 동료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슬픔으로 세상을 등진 고(故) 정희국 소방위 유해가 현충원에 안장된다.

울산소방본부는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순직한 정 소방위의 유해를 21일 남구 옥동 공원묘원에서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장한다고 20일 밝혔다.

정 소방위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로 사망했다’는 점이 인정돼 지난해 5월 인사혁신처에서 위험직무순직 승인을 받았다.

당시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는 정 소방위가 동료를 잃은 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구조활동이라는 위험 직무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후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1월 6일 정 소방위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했으며, 같은 달 25일 국립묘지 안장을 승인했다.

안장식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족, 소방공무원, 지인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할 예정이다.

정 소방위는 태풍 ‘차바’가 내습한 2016년 10월 “고립된 차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후배인 고 강기봉 소방교와 함께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

두 사람은 범람한 강물에 빠져 전봇대를 붙들고 버티다가 결국 급류에 휩쓸렸다. 정 소방위는 약 2.4㎞를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물살에서 탈출했으나, 강 소방교는 현장에서 순직했다.

사고 이후 정 소방위는 가장 아꼈던 동료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극심한 자책감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렸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끝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2019년 8월(당시 41세)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고 정희국 소방위의 사물함에 있던 고 강기봉 소방교의 근무복. 울산소방본부 제공

당시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 소방위 캐비닛에 강 소방교의 근무복이 걸려 있는 것이 발견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