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계에서 정재우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 그분!’ 하고 바로 떠올릴 정도로 친근하다. 누구를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다양한 친분을 갖고 있다.
정재우는 공무원 생활 19년차이다. 그녀가 공무원으로 한 일을 소개하면 우리 나라 장애인복지의 기초가 그녀 손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행정주사이다.
이것이 여성장애인 공무원의 비애이다. 장애인공무원의 승진이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도 묵묵히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에 2021년 제 41회 장애인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정재우주무관(53·여)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여 교원 자격증이 있지만 장애가 심한 편(지체장애2급)으로 교사가 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이런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1999년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창립 후 간사로 일하며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입학하여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러다 2002년 서울시가 ‘수요자 중심정책’을 편다는 취지로 계약직 장애인공무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그녀는 지원을 했다. 그래서 여성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가 공무원이 되려고 했던 것은 아무리 말단이라도 공무원이 관심을 가지면 정책이 마련된다는 것을 한국여성장애인연합(장애인단체)에 근무하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정재우주무관은 2004년 보건복지부에 임용되어 재활지원과, 장애인정책과, 권익지원과에서 국내 최초의 자립생활정책으로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여성장애인 교육사업, 활동보조인제도 시범사업을 운영하느라고 임신 초기에 유산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문화체육과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장애인의 문화향유와 창작활동을 위해 예산을 확대하고 신규사업을 수행하였다. 보건복지부 산하 단체와는 달리 장애인문화예술단체는 열악하여 제대로 훈련을 받은 직원이 없어서 사업계획서와 사업 보고서 작성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퇴근도 하지 못하고 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다.
2012년 대통령 문화특보실에 파견돼 장애인문화예술 센터 건립(대학로 이음센터) 기초 계획서를 만들고, 장애인문화예술 업무가 2013년 체육국에서 예술국으로 이전되어 예술정책과에 근무하며 장애인문화예술 담당자로서 센터 건립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감당해야 했다. 5년 동안 장애인문화예술 정책과 사업수행에 열정을 쏟다가 2015년 이후 국립중앙도서관을 거쳐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에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장애인당사자 입장에서 정부정책으로 신규사업을 도입하고 장애인의 입장을 반영하여 장애인감수성 정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공무원으로 19년 동안 근무를 한 경력은 정재우의 가장 큰 자산이다.
경찰공무원으로 퇴직을 하신 아버지 덕분에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모범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서인지 욕심 없이 공무원으로서의 외길을 걸었다. 여성장애인공무원으로 14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장애인정책분야 전문가로, 공무원으로 바로 서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