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모습이 “가련했다”고 비판했다.
옛 민주당 소속으로 총리를 지냈던 하토야마는 지난 16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위터에 “스가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미뤄졌던 정상회담을 한다”며 “목적은 미·일동맹 강화라고 하는데, 조공외교가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스가 총리의 방미를 조공외교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적대시하고 있는 것은 중국으로, 미국은 중국에 닿는 미사일을 배치하려 하고 있다”며 “오키나와 등에의 미사일 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지 그것이 걱정”이라고 썼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워온 하토야마 전 총리는 스가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햄버거를 곁들인 ‘20분간의 오찬 회동’을 한 것에 대해 조롱하는 투의 글을 18일 올렸다.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3차례 걸쳐 회담했는데, 첫 번째가 통역만 배석한 채 진행된 햄버거 오찬이었다. 스가 총리는 이 오찬에 대해 “대부분 가족 이야기나 인생 경험을 이야기했다”고 동행한 일본 기자들에게 전했다.
그는 “(점심으로 햄버거가 준비됐으나) 전혀 손대지 않고 끝났다. 그 정도로 (대화에) 열중했다”며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라간 정치가라서 공통점이 가득하다. 단번에 마음을 터놓았다. 교분을 계속 쌓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하토야마 전 총리는 “초면인데 ‘조’(바이든 대통령) ‘요시’(스가 총리)라고 서로를 친근하게 부르는 연출은 (일본) 외무성의 잔꾀이겠지만 (스가 총리가) 서툴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멋쩍어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고 조롱했다. 이어 일본 외무성에 자존심이란 것이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찬을 거절당하고 햄버거가 제공된 20분간의 정상회담에선 (스가 총리 모습이) 가련했다”고 적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바이든의 최초 정상회담(대상)이 일본이라고 자랑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스가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받고 싶었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개최에 대한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며 “개최 지지 발언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개최 지지는커녕 공동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가 기자로부터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의 올림픽 개최가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대답도 못했다고 한다”면서 “그것이 세계의 목소리예요. 스가 총리”라고 비꼬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트위터에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댓글이 적지 않았지만 본인 재임 시절에 미국과의 정상회담조차 제대로 성사되지 않아 ‘겨우 10분 만에 회담을 끝냈던 무능한 전 총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비난하는 댓글도 달렸다.
2009년 야당이던 민주당 소속으로 집권한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하던 상황에서 정치자금 스캔들 등이 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해 9개월 만에 퇴임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현재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