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든 비행체가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처음으로 날았다. 이는 라이트 형제의 최초 비행 순간에 버금가는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사적 순간을 확인한 프로젝트 담당 매니저는 실패 대응 자료를 그 자리에서 찢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는 미국 동부시각으로 19일 오전 6시46분 로버 ‘퍼서비어런스’를 통해 우주헬기 ‘인저뉴어티’가 비행에 성공했다는 데이터를 받았다고 밝혔다. 나사는 “라이트 형제가 지구상에서 첫 비행에 성공한 지 117년이 지났다”며 “한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독창성·솜씨’라는 뜻의 인저뉴어티는 회전날개 2개의 무게 1.8㎏에 불과한 아주 작은 헬리콥터다. 비행 시간과 상승거리가 매우 짧지만 지구 아닌 다른 행성에서 회전익 비행체가 땅을 벗어나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데 성공한 것은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시각으로 이날 오후 4시30분 이륙해 고도 3m에서 40초간 회전날개 두 개를 돌려 제자리 비행을 한 뒤 착륙했다.
인저뉴어티는 이날 비행 성공 자료를 3시간 뒤인 오후 7시50분쯤 전송했고 나사는 유튜브를 통해 이를 생중계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약 64㎞ 떨어진 거리에서 인저뉴어티를 지켜봤다. 드론을 안고 화성으로 간 퍼서비어런스는 지구 간 통신을 중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저뉴어티는 지난 2월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의 배 부위에 실려 ‘예제로 크레이터’에 도착했다. 이달 초 퍼서비어런스에서 분리돼 이륙을 준비해 왔고 지난 12일 첫 비행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회전날개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서 일정을 미뤘다.
인저뉴어티는 ‘자율형’ 드론으로 지구와 화성 간 거리로 인해 실시간 조정이 어렵다. 나사는 사전에 명령을 보내 인저뉴어티를 띄웠다. 드론은 스스로 이륙과 비행, 착륙을 했다. 여기에 소요된 시간은 총 39.1초였다.
화성으로부터 인저뉴어티의 비행 사진이 전송되자 나사의 JPL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행 성공은 화성 땅에 생기는 그림자 등의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미 아웅 인저뉴어티 프로젝트 매니저는 비행 실패를 대비해 준비한 서류를 찢어버렸다. 그는 “우리는 화성을 날았다”며 “라이트 형제의 순간을 느꼈다”고 기뻐했다.
인저뉴어티는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대기밀도는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한 화성에서 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개발에는 8000만 달러(약 894억원)가 투입됐다. 화성에서의 무게는 0.68㎏으로, 공기 힘으로 양력(물체를 띄우는 힘)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대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탄소섬유로 만든 날개 4개가 보통 헬기보다 8배 정도 빠른 분당 2500회가량을 돌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뉴욕타임스는 “화성 표면에서 이륙하는 것은 지구에서 고도 10만 피트, 약 30㎞로 비행하는 것과 비교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인저뉴어티의 비행은 ‘고위험-고보상’ 기술을 실증하기 위함이다. 인저뉴어티에는 과학자료를 수집하는 기능이나 과학기구는 실려 있지 않고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부품들로만 채워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확률도 상당한 도전에 나선 이유는 성공 시 화성 탐사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어서다. 지난 1997년 화성을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시대를 연 첫 탐사 로버 ‘소저너’와 같은 역할을 하늘에서 해줄 비행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인저뉴어티가 열어준 셈이다.
NASA는 “인저뉴어티는 화성에서 비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실증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면서 “해당 기술들은 더 진보된 로봇 비행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의 화성 헬기는 기존 착륙선과 로버, 궤도선이 제공하지 못했던 독특한 시점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로버가 닿을 수 없는 지역에 가거나 가벼운 화물을 옮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저뉴어티는 향후 최대 4번의 비행을 더 시도할 예정이다. 다음 시험비행은 오는 22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인저뉴어티가 수행하는 모든 단계는 ‘인류 최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