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중국을 방문한 직후 미·중이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달 전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던 양국이 원론적 내용이나마 함께 성명을 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국무부와 중국 생태환경부가 18일 공동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은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나라와 함께 협력하고,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제한한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행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전후로 탄소 배출 감축을 논의한다고 덧붙였다. 총 6개항으로 구성된 성명은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한 원론적 입장과 약속을 서로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AFP통신은 “양국이 다른 방면에서의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위기에서는 협력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양국은 파리기후협정 이행을 강조했으며 앞으로 열릴 국제 회담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오는 22~23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화상으로 개최하는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제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성명에는 “양국 모두 미국이 주최하는 기후 정상회의 개최를 기대하고 있다”는 내용만 들어갔다.
중국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케리 특사는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시 주석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참석 여부는 중국 스스로 결정해 발표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케리 특사는 지난 14일 저녁 상하이에 도착해 15~16일 카운터파트인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케리 특사는 상하이에 있는 동안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인 한정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와 화상 면담도 했다. 이어 17일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다음 날 출국했다.
파리기후협정은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이 채택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이다. 협정은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6~28% 절대량 감축을, 중국은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CDP) 대비 배출량 기준 60~65% 감축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정 복귀 행정명령에 서명했을 만큼 기후 위기 대응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미 정부는 오는 22일 지구의 날 즈음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목표치보다 50% 이상 더 줄이는 새로운 목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