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 ‘방역모범국’과 미국 유럽 등 ‘방역실패국’의 입장이 뒤바뀌었다고 미국 CNN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상대적으로 잘 막아내면서 백신 접종에 신중했던 반면, 미국 유럽은 방역에 실패해 백신 공급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CNN은 ‘뉴질랜드와 호주는 코로나 성공 스토리였다. 왜 그들이 백신 공급에서 뒤쳐질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방역에 성공하고 미국·유럽은 실패했지만) 세계가 감염병 대책의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다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은 전 국민의 37%가 적어도 1번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다. CNN은 올 여름까지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70%에서 85%에 도달해 집단면역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역시 인구의 47%가 적어도 1번 이상 백신을 맞았다.
CNN은 “반면 뉴질랜드 태국 대만 한국 일본 등 방역에 성공적이었던 국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4%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뉴질랜드의 경우 백신 접종률이 OECD 국가 가운데 밑에서 두 번째라고 덧붙였다.
CNN은 방역모범국일수록 백신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 공공보건학과의 빌 보우텔 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그들이 처한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긴급함에서 움직였다”면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같은 긴급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의 경우 적은 수의 백신 후보에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영국처럼 모든 경주마에 돈을 걸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 ING의 아태지역 연구책임자인 로버트 카넬도 “(미국과 영국이) 계산된 도박을 했고, 그것은 영국에 득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CNN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의)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백신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낮은 백신 접종률에 대해 변명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