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금융 접는 씨티그룹… 亞기업금융에 ‘올인’

입력 2021-04-18 15:23 수정 2021-04-18 15:26

아시아 지역의 소매금융 부문에서 철수하는 씨티은행이 대안으로 대규모 기업금융·부유층 자산관리에 대한 투자 계획을 내놨다. 실적이 부진한 아시아권에서의 소비자금융을 포기하는 대신 글로벌 자산관리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 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목표다.

18일 피터 바베즈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의 대규모 기업금융 투자 방침을 밝혔다. 한국은 투자 대상 국가로 언급되지 않았다.

인터뷰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들 지역에서 1100명의 프라이빗뱅커(PB)와 기업금융전담역(RM), 1200명의 기술직과 운영직 등 2300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바베즈는 이같은 투자를 통해 현재 3000억달러(약 335조원) 수준인 아시아 지역의 자산관리사업 규모를 2025년까지 4500억달러까지 50% 이상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씨티은행의 자산관리사업 성장률이 18%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목표다. 단순 계산으로만 지난 5년간의 성과보다 3배의 실적을 내야 하는 셈이다.

WSJ는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업계의 ‘파이 싸움’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JP모건과 HSBC같은 대형 글로벌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씨티은행이 기업 구조 개편에 따른 구체적 계획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15일 한국과 중국, 인도, 호주 등 13개 국가에서의 소매금융부문 철수를 선언하며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업 철수 방침이 기업금융 중심으로의 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금융사업을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본사의 기존 입장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씨티은행의 움직임이 일반 고객보다는 아시아의 ‘예비 자산가’들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 발전 속도가 빨라지며 빠르게 늘고 있는 아시아의 준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WSJ는 “씨티은행은 올해 초 2500만달러 이상 자산가를 관리하는 사업부와 1000만달러 미만 자산가를 관리하는 사업부를 통합했다”면서 “중간 계층에 속하는 고객들을 끌어모으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이어 “아시아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있는 지역”이라며 “경제발전으로 인해 중산층도 빠르게 자산을 불리고 있는 만큼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