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독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70년대 소설 순이삼촌을 통해 제주4·3을 세상에 알린 문학계 거장 현기영 작가가 육필 원고를 제주도에 기증했다.
제주도는 현 작가가 17일 제주도청 지사 집무실에서 자전적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육필원고를 도에 기증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기증은 제주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제주지역 문인단체가 원로 작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증자료 조사를 통해 성사됐다.
현 작가는 직접 육필원고를 원희룡 지사에게 건네며 “제주문학관이 제주도 문인들의 오랜 염원 끝에 탄생하는 만큼 사랑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원고 기증이 문학관 자료수집 활성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유년 시절 제주의 기억, 4·3의 아픔, 사춘기가 되기까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연결한 단편 연작이다. 단행본으로 출판되기 전 계간 ‘실천문학’에 1994년 겨울호부터 1996년 겨울호까지 9회에 걸쳐 연재됐다.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서사성과 제주 자연을 묘사한 서정성이 조화를 이뤄 90년대 소설 문학의 성과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현 작가는 1941년 제주시 노형동에서 태어났다. 1975년 ‘아버지’라는 작품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제주4·3연구소 소장(1989~1990), 민족문화작가회의 이사장(2001~2003), 제11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2003~2005)을 지냈다.
주요 작품으로 순이삼춘(1978), 변방에 우짖는 새(1983), 아스팔트(1986), 바람 타는 섬(1989), 마지막 테우리(1994), 지상에 숟가락 하나(1999) 등이 있다.
제주문학관은 올해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현재까지 총 1173점의 문학 자료가 수집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