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온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건강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발니는 현재 모스크바 인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다.
17일(현지시간) BBC,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나발니의 건강 상태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언제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주치의 중 한 명인 아나스타시야 바실리에바를 비롯해 4명의 의사가 교도소 관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현재 나발니의 칼륨 수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칼륨 수치가 6.0mmol/L 이상이면 대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나발니의 현재 수치는 7.1mmol/L에 달했다.
의사들은 서한에서 “이는 신장 기능이 저하됐다는 것과 동시에 심장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혈액 검사 결과와 최근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를 고려해 즉시 치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독살 시도 후 나발니를 치료한 의사 중 한 명이었던 알렉산더 폴루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나발니는 며칠 후에 죽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나발니는 지난해 8월 항공기 기내에서 독극물인 노비촉 중독 증세로 쓰러진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푸틴 대통령이 독살 시도의 베후라고 주장했으나 크렘린궁은 이를 부인해왔다.
치료를 끝낸 나발니는 올해 1월 귀국했지만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돼 징역 3년 6개월 형을 받아 수감된 상태다.
이후 급성 요통과 다리 저림 등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요구하며 18일 동안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인권 운동가들에 따르면 나발니가 수감된 교도소엔 의사가 없고 구급대원 한 명이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엠네스티는 “나발니가 사실상 고문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러시아 당국이) 그를 서서히 죽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