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 I die)’의 주인공인 잉글랜드 명문 선덜랜드가 또다시 승격 기회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리그 단 5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3연패하면서 자동 승격 가능성이 멀어지는 중이다. 자칫하면 악몽을 반복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선덜랜드는 17일(현지시간) 브룸필드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3부 리그원 41라운드 블랙풀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13분 상대 측면 수비수 루크 가벗에게 중거리 결승골을 얻어맞고 0대 1 패했다. 선덜랜드는 70% 가까운 점유율에도 불구, 실점 직전 에이스인 에이든 맥기디가 절묘하게 감아 찬 슛이 골대를 맞추는가 하면 루크 오닐의 문전 혼전 상황 슛을 상대 수비가 골문 바로 앞에서 걷어내는 등 불운에 울었다.
선덜랜드는 과거 1부 우승만 6번 차지한 명문이지만 2017년과 2018년 2·3부 강등을 연속으로 겪으면서 3부에서 세 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당시 승격을 예상하고 넷플릭스에 다큐멘터리 제작을 허용,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1·2를 제작했지만 두 시즌이 모두 강등 혹은 승격 실패로 마무리돼 비극으로 남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있을 당시 국가대표 출신 기성용과 지동원 등 한국 선수들이 뛴 이력이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선덜랜드는 불과 약 2주 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다. 지난 1일 치른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전까지 11경기에서 9승 2무를 거두며 쌓을 수 있는 승점 33점 중 29점을 얻었다. 잉글랜드 현지에서도 리그원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선덜랜드를 꼽을 정도였다. 리그원은 정규리그 종료 시 최상위 2개 팀이 2부 챔피언십으로 자동 승격한다. 승격의 최적기라는 평가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짓말처럼 선덜랜드는 이후 4경기에서 1무 3패에 그치며 무너졌다. 18일 기준으로 여전히 3위지만 한 경기를 더 치른 선두 헐시티와 승점 11점, 2위 피터보로 유나이티드와는 8점 차로 벌어졌다. 선덜랜드에게 남은 경기가 단 5경기인 것을 고려하면 이 두 팀이 각각 남은 경기 중 3승만 거둬도 자동 승격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심지어 선덜랜드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4위 링컨 시티도 승점 3점 아래로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선덜랜드가 무너진 건 팀의 자랑이던 수비에 구멍이 뚫리면서다. 주전 수비수인 임대생 디온 샌더슨이 등 부상으로 나가떨어진 게 시작이었다. 그가 결장한 선덜랜드는 찰턴 애슬레틱전 1대 2 패배를 시작으로 3연패했다. 북아일랜드 대표 출신 풀백 톰 플래내건은 지난달 부상 뒤 아직 복귀 소식이 없다. 블랙풀전을 앞두고서는 풀백 코너 맥클로플린이 탈장 수술 탓에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찰턴전 패배 전까지 선덜랜드는 경기당 평균 실점이 0.75골에 불과했지만 1무 3패를 거둔 지난 4경기에서는 6실점했다. 본업이 미드필더인 루크 오닐과 주장 맥스 파워가 각각 중앙과 측면 수비로 나서면서 고군분투해왔지만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많다. 블랙풀전에 선발로 뛴 수비진 중 본업이 수비수인 이는 호주 출신 베일리 라이트와 칼럼 맥파잔뿐이다. 20일 선두 헐시티와의 경기까지 4연패 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권 사수도 장담할 수 없다.
선덜랜드는 3부로 강등된 첫 해였던 2018-2019시즌 리그원 플레이오프를 치른 경험이 있다. 리그원은 시즌 종료 뒤 리그 3위~6위가 승격을 두고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이들은 당시 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결승에서 찰턴에 패했다. 지난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머무르다가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기 직전 급격히 부진하며 8위까지 쳐지더니 그대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승격 기회를 또 놓쳤다.
팬들은 벌써부터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름값 높은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지난 2월 구단을 인수한 만 24세의 구단주 키릴 루이-드레퓌스는 이에 대해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일각에서 보유 트러스트 펀드 가치를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로 추산할만큼 갑부로 알려져있지만 구단에 얼마나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