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25)이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피글렛과 벌레 그리고 김태현-살인자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부제로 김태현의 범행을 다뤘다.
과거 그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고 제보한 A씨는 “(김태현이) 집착하고 스토킹하는 게 처음이 아니다.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19세였던 김태현은 중학교 1학년이었던 A씨와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냈다. 김태현은 어느 날부터 A씨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고 대신 요금을 내주는 등 지나친 호의를 베풀었고 집착하기 시작했다.
김태현은 자신과의 약속을 거절한 A씨를 향해 자해 사진, 칼 사진 등을 보내며 협박했다고 한다. 집 앞에서 기다리다 죽이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에게 게임 계정을 빌려 달라고 한 뒤 게임 계정과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SNS 계정에 접속해 A씨가 지인들과 나눈 대화를 엿보고 A씨를 사칭해 지인들에게 악의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신고하거나 누구에게 말하면 부모님과 가족을 다 죽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내왔다”고 했다.
한 심리상담센터장은 “스토커들은 사람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본다. 통제가 안 될 때 극도의 흥분감이 올라오는데 이것은 상대를 향해 더욱 집요해지고 괴롭히고 협박하고 욕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그 단계가 지나가면 극단적 상황이 돼 소유물을 제거하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김태현은 지난 3월 25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잇따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신상이 공개된 후 포토라인에 서서 “일단 제가 기자님들 질문 일일이 다 답변 못 드릴 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드린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유족들에게 전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경찰에게 자신의 팔을 놓아 달라고 하며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에 송치되는데 형사한테 팔 놔 달라는 사람은 처음이다. 제삼자가 어떤 사람을 보고 관찰하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듯 한다. 죄인의 모습을 연기하며 주목받는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은 강한데 이 사건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오히려 무릎을 꿇거나 마스크를 벗으니 기자들이 당황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역시 난 멋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