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허리 부상을 이겨내고 돌아온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3이닝을 던지고 몸을 풀었다. 선발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첫 등판에 아쉬운 듯 “다음에는 6~7이닝씩을 소화할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가진 2021시즌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5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9-3으로 크게 앞선 4회초 타석에서 대타 맷 카펜터와 교체됐다. 세인트루이스가 9대 4로 승리했지만, 김광현은 승리투수 요건(5이닝 소화)을 채우지 못해 승수를 쌓지 못했다. 김광현의 평균자책점은 9.00이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2년차인 올해 세인트루이스 제3선발로 낙점됐지만, 스프링캠프에서 허리 통증을 느껴 개막전 엔트리가 아닌 부상자 명단에서 정규리그를 출발했다. 최근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투구 수를 86개로 늘리고 개막 3번째 주말로 넘어와서야 정규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김광현의 몸은 완전한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1회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연달아 안타와 사사구를 내줬다. 2사 1·2루에서 필라델피아 5번 타자 알렉 봄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빼앗겼다. 이어진 디디 그레고리우스와 승부에서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에 놓였지만 후속타자 맷 조이스를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이때 살아난 김광현은 2회말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첫 타석도 밟았다. 내셔널리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그동안 도입하지 않았던 지명타자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올 시즌에는 투수를 다시 타순에 포함하고 있다. 데뷔 시즌에 타석을 밟지 않았던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2년차에 처음 등판한 이날에야 첫 타석을 밟게 됐다. 세인트루이스 타선이 6점을 뽑아내고 타자 일순한 3회초에만 두 차례 타석을 밟았다.
선두타자로 나온 첫 타석에선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같은 회에 다시 돌아온 두 번째 타석은 2사 1·2루 기회였다. 이때 필라델피아 선발 맷 무어의 폭투로 주자는 2·3루까지 진루했고, 김광현은 교체돼 마운드에 오른 두 번째 투수 조조 로메로와 승부에서 3루수 앞 땅볼성 타구를 쳤지만 상대 내야 수비의 실책으로 1루를 밟았다. 이때 3루 주자 딜런 칼슨은 홈을 밟았다. 수비 실책으로 기록돼 김광현은 안타나 타점을 쌓지는 못했다.
김광현은 3회초 두 차례 타석을 밟은 탓인지 같은 회 말 수비에서 흔들렸다. 진 세구라에게 좌전 안타, 리스 호스킨스에게 2루타를 맞고 단숨에 무사 2·3루 위기에 놓였다. 후속타자 J.T 리얼무토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3루 주자에게 홈을 내줬고, 이어진 1사 3루에서 봄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김광현은 이 이닝에서만 2점을 빼앗기고 공수교대 이후 4회초 2사 1·2루 때 돌아온 세 번째 타석에서 카펜터와 교체됐다. 타자로는 2타수 무안타를 작성했다.
김광현은 경기를 마친 뒤 “3이닝밖에 던지지 못해 아쉽다. 시즌을 늦게 시작한 만큼 빠르게 몸을 만들어 정상궤도에 올라가도록 하겠다. 당장 내일부터 준비할 것”이라며 “다음에는 6∼7이닝씩을 던지도록 몸 관리를 잘하겠다. ‘이닝 이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