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 장애인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힘찬 서예 크로키 퍼포먼스로 전 세계인에게 환희와 감동을 선보인 석창우 화백이 코로나19로 유럽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 꿈결같은 유럽 투어를 선사한다.
이 기록물은 코로나19 이전에 극적으로 촬영된 것이다.
석 화백은 1984년 29세의 나이에 2만2000볼트의 전기사고로 양팔을 잃은 뒤 15년간 하루 10시간 이상 자신을 갈고 닦으며 동양의 수묵과 서양의 크로키를 결합한 ‘수묵크로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하늘의 뜻이었는지 코로나19 발생전인 지난 2019년 이탈리아 순례길에 올랐다.
중세 유럽 가장 중요한 소통로 가운데 하나였던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가 그가 퍼포먼스를 펼친 곳이다.
비아 프란체지나는 중세시대 순례자가 영국 캔터베리에서 출발해서 교황이 있는 로마로 가는 길을 의미한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4개의 나라를 걸쳐서 가는 총 길이 1800㎞에 달하는 길이다.
석창우 화백은 비아 프란치제나의 하이라이트, 이탈리아 구간을 여행하며 듣고 보고 느낀 것들을 화폭에 옮겼다. 영혼이 맑은 상태에서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그는 이탈리아 구간을 여행하며 듣고 보고 느낀 것들을 화폭에 담았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삶에 대한 의문과 갈망, 신에 대한 신념으로 찾는 로마의 바티칸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성당에 새겨진 총탄으로 전쟁을 기억하는 도시 ‘비테르보’, 가장 역동적인 중세의 축제 ‘팔리오’가 열리는 시에나, 삶의 풍요와 환희가 넘치는 토스카나를 거쳐 알프스까지 그의 시선이 머문 곳에서 작품이 탄생했다.
석창우 화백은 스스로가 순례자가 되어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얽매고 있는 질문과 마주했다고 고백한다.
장애인이 된지 36년. 여전히 남의 도움없이는 일상을 유지할 수 없고 조금만 오래 걸으면 몸에 균형이 틀어져 고통이 찾아온다. 화가는 극한의 고통을 몸으로 체험하며 처음 붓을 잡았을 때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온 몸으로 그림을 그렸다.
순례길에서 만난 풍경들을 그렸다. 걷고, 그리는 행위는 스스로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다.
순례길의 마지막은 해발 1200미터의 오로파 수도원이었다. 중세 시대 전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의 위협으로부터 유일하게 안전했던 곳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체험한 기적을 그림으로 그려 기증한 ‘기적의 갤러리’가 있는 그곳에서 석화백은 자신이 체험했던 ‘기적’을 중세 고악기 연주자와 소프라노의 합동 퍼포먼스로 남겼다.
삶은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향하는 구도의 길은 천상으로 통했다.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들을 화첩에 담고,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예술을 탐색하는 여정이었다.
그의 영혼을 담은 중세 유럽 순례길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는 제41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5시15분 MBC에서 만날 수 있다.
석창우의 순례, 비아프란치제나를 가다
□ 방송일시 : 2021년4월20일(화)
□ 채 널 : MBC 오후 5시 15분
□ 프로듀서 : 채환규
□ 제 작 : 드림채널(02-785-0122)/ 연출: 서재덕 / 글·구성 : 홍현영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