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김부겸, ‘대깨문’ 비판하고 민주당 떠날 때”

입력 2021-04-18 11:44 수정 2021-04-18 13:26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강력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8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한나라당 박차고 떠날 때의 그 기준이면 지금은 ‘대깨문’ 행태를 비판하고 민주당 박차고 떠날 때”라고 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김부겸 총리 후보자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글을 올리고 “내게 정치 입문도 설득하고 한때 무척이나 가까웠던 분이 국정 혼돈이 심각한 상황에서 총리 후보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걱정도 크다. 전처럼 형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격식을 갖춰 총리 후보자라 불러야 할지 망설여진다. 형, 총리 청문회 하기 전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라. 그게 안 되면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보궐선거 지고도 검찰 개혁, 언론 개혁 타령하는 친문 핵심 윤호중 의원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100표 넘게 줘서 원내대표로 뽑은 이 상황에서, 정책방향 수정할 자신이 없다면 왜 총리직을 맡는지 모르겠다. 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의 행사기획에 따라 총리 자리에 앉혀진 무생물 무대 소품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또 원 지사는 “저는 후보자가, 극단의 정치를 이끄는 이른바 ‘대깨문’들에게 왜 아무 소리 안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사실 후보자가 한나라당 박차고 떠날 때의 그 기준이면 지금은 ‘대깨문’ 행태를 비판하고 민주당 박차고 떠날 때”라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현재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이끌려 ‘분노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 학생운동 할 때 적개심에 사로잡혀, 아침 거울 속 분노에 가득 찬 얼굴에 스스로 놀라던 때가 있지 않았나. 아직도 그런 상태의 사람들이 나라에 많은 건 비정상이다”고 했다.

정세균 총리가 급히 퇴임한 것도 비판했다. 원 지사는 “정 총리가 후보자 청문회 시작도 하기 전에 급히 나간 이유가 도대체 뭔가. 대통령 지킬 후보 세우는 게 급했나. 대법원이 이상한 논리로 살린 이재명 지사는 여전히 못 믿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가 16일 오후 청문회 임시 사무실이 차려질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국무총리 후보 지명에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도 그만두게 하라고 당부했다. 원 지사는 “윤석열도 이제 ‘전 검찰총장’인데 중대범죄수사청 이런 거 더 이상 추진하지 말게 하라”며 “검찰 없어지면 제일 좋아하는 게 국회의원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글을 마무리하며 “민주화운동 안 한 사람들은 삶 자체가 적폐라고 생각하는 그런 경멸적 사고는 그만하라고 후보자가 이야기 좀 해달라.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 좀 읽게 하고 상호관용과 절제도 좀 알려주라. 원 구성 협상도 다시 하라고 말해 달라”며 “이런 자신이 없다면 청문회 전에 자리 집어 던지라”고 적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