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4·7 재보궐선거 이후 20대 남녀 표심 차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데 대해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투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대남’ 표심 얘기만 떠들어대고 ‘이대녀’ 표심 얘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남성우월주의 사회”라고 진단했다.
진 전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 이상함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여겨지는 게 이 사회가 이상하다는 증거”라며 “나를 포함해 우리 한남충들 다 같이 반성 좀 하자”고 했다.
그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논평을 공유하기도 했다. 여세연은 전날 “20대 여성의 15%가 제3 후보에 투표했다는 출구조사 결과는 성 평등 정치 실현에 대한 여성 청년들의 열망을 드러냄에도 정치인들은 국민의힘을 지지한 20대 남성의 70%에만 집중하고 있다. 20대 남성의 70%가 안티페미니스트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정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를 ‘젠더갈등’이라고 이름 붙이며 혐오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세연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오세훈 후보 캠프에서 성 평등 질의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고, “민주당이 20·30세대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 참패했다”고 평가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에 대해 20대 남성들은 역차별·불공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 역시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여성주의 운동에 단 한 번도 ‘올인’한 적이 없다. 차별과 폭력을 끝내자는 소수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180석을 차지했음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하지 않은 정당이 민주당이라는 것은 김남국과 이준석도 알고 있을 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젠더갈등’을 거론하며 청년세대를 ‘성별로 갈라치기’ 하는 것은 누구인가. 민주당의 갖은 실책에도 박영선 후보에 투표한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대신 페미니즘을 탓하는 그 옹졸함과 비겁함에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현재의 ‘젠더갈등’과 ‘역차별’로 불리는 현상을 만든 것은 정치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당신들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