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돋보기] 류머티즘성관절염 환자, 코로나19백신 맞아도 되나

입력 2021-04-17 07:48 수정 2021-04-17 08:11
대한류마티스학회 골드링 캠페인 이미지

‘혈전 부작용’ 논란으로 잠시 연기·보류됐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됐다. 희귀 혈전증 위험이 큰 젊은층을 제외하고는 백신 접종을 차질없이 이어간다는 게 방역 당국의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평소 면역체계 이상으로 치료를 받는 류머티즘 질환자들은 백신 접종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이 크다. 실제 일선 의료계에는 접종 여부에 대한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이모(45)씨는 2년 전부터 손가락 관절 마디가 붓고 아프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손이 뻣뻣한 증상이 오랫동안 계속돼 병원을 찾았고 류머티즘성관절염을 진단받았다. 처음에 약을 복용하고 증상이 좋아졌으나 최근 약을 잘 먹지 않으면서 증상이 악화해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메토트렉세이트라는 약을 처방받았다.

김모(52)씨는 5년 전 류머티즘성 관절염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던 중 증상조절이 잘 되지 않아 1년 전부터 생물학적 제제인 아바타셉트 주사를 1개월마다 맞고 있다.
이씨와 김씨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될까?

일반적으로 류머티즘성 질환이 있다고 해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할 이유는 없다. 현재 발열이나 감염 등 증상이 없다면 일반인들과 동일하게 백신을 맞아도 된다.

백신을 맞으면 류머티즘성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허진욱 노원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17일 “외국 연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류머티즘성 질환이 악화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백신 자체와 관련된 알레르기나 부작용을 제외하고 질병이 악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증의 류머티즘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백신 접종 시기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 허 교수는 “중증 환자들은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거나 리툭시맙, 아바타셉트 등 생물학적 제제 주사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약제들은 중증의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의 치료에 활용되는데 백신을 맞은 후 항체 생성에 영향을 줘 백신 효과를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가 끝나거나 생물학적 제제 주사를 휴약 후 백신을 맞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으며 이에 해당된다면 담당 주치의와 꼭 상의 후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부분의 항류머티즘성 약들은 복용을 중지하거나 변경할 필요가 없다. 단, 메토트렉세이트를 복용하는 경우 백신 주사 후 1~2주 약을 중단하는 게 좋다. 아울러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받는 경우라면 치료가 끝난 후 백신을 맞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앞서 이씨의 경우 현재 류머티즘성 관절염 증상이 악화돼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메토트렉세이트를 처방받았기 때문에 당장 백신을 맞는 것보다 보통 1~2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가 끝난 뒤 백신을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 백신을 맞게 될 경우 메토트렉세이트는 1~2주 중단하는 것이 좋다.
김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생물학적 제제와 달리 아바타셉트나 리툭시맙의 경우 투약을 잠시 중단 후 백신을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바타셉트 주사를 잠시 중단 가능하다면 마지막 주사 투여 최소 1개월 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허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백신을 맞는 것이므로 당연히 환자들에게도 백신 투여가 필요하다. 류머티즘성 질환이 있다고 해서 일반인보다 백신 접종을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전에 현재 질병 상태와 치료 약제를 잘 확인하면 된다는 조언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