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량의 지상도로 진입을 전면 금지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아파트 입주민들 중 일부가 택배기사들에게 지지 문자를 보냈다.
16일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일부 입주민들은 최근 개별배송을 중단한 기사들에게 ‘아파트가 부끄럽다’ ‘지상으로 출입하면 좋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단지 앞에 물품이 있다고 안내 문자를 드렸더니 이렇게 답장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입주민은 문자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너무하다”면서 “지하주차장 천장은 낮아서 택배탑차가 들어가지도 못한다. 지상으로 택배차가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입주민도 “정말 힘들고 서로 불편하게 한다. 지상으로 출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아파트가 부끄럽다”며 “바쁜 시간 업무에 방해를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일부 입주민은 아파트 입구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는 택배기사들을 찾아 음료수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이 아파트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앞 배송’을 재개한다”면서 일부 입주민의 항의성 ‘문자 폭탄’으로 기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원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오늘부터 시민사회단체와 아파트 앞에서 무기한 농성과 촛불집회를 열며 ‘공정과 정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택배사는 즉시 해당 아파트를 배송 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갈등은 해당 아파트가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탑차)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며 불거졌다. 택배노조는 이에 맞서 14일부터 세대별 배송을 멈추고 아파트 단지 앞에 택배 상자를 쌓아 둔 뒤 입주민들이 찾아가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일부 택배기사가 심적 고통을 호소하자 세대별 배송을 우선 재개하기로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