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말 안한 알렉스…‘답답한’ 우카-‘기세 올린’ 항공

입력 2021-04-15 18:42 수정 2021-04-15 19:26
침울해하는 알렉스(가운데)의 모습. 연합뉴스

“요스바니는 아픈 상태에서 3차전을 뛰었다. 아마 다리가 하나만 있어도 뛰겠다고 했을 거다.”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가 끝난 뒤 라이트 용병 요스바니(쿠바)를 따로 언급했다. 이날 복통과 설사 증세 탓에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한 우리카드의 외국인 라이트 알렉스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지난 14일 열린 2차전 도중 알렉스와 한 차례 언쟁을 벌이기도 했던 산틸리 감독은 앙금이 남은 듯 작정하고 발언을 계속 했다. 그는 “요스바니는 이틀 전 장 쪽에 문제가 생겨 복통이 있었고 설사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경기를 모두 뛰었다”며 “오늘은 경기 전 미팅에서 어느 포지션에든 뛸 수 있다고, 넣어달라고 했다. 그게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지금 40명 되는 선수들에게 문제없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요스바니는 절대 안 뛴다는 말을 안 한다. 그게 쿠바 사람인 것 같다”며 “요스바니는 5차전에도 준비할 것”이라며 눈을 찡긋했다.

이날 경기 승패를 좌우했던 건 우리카드 알렉스의 부재였다. 알렉스는 3차전 승리를 이끌고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4차전에선 패배의 원흉이 됐다. 복통과 설사를 호소했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팀에 몸 상태도 언급하지 않았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오늘 팀 미팅에서도 알렉스에게 ‘동물에 비유하자면 넌 섬세한 독을 가진 살무사 같다’며 칭찬해줬다. 오늘 경기에서도 자신 있게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콕 집어서 알렉스를 칭찬했던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으로서도 이날 알렉스의 행동은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였다.

기뻐하는 요스바니(오른쪽 두 번째)와 대한항공 선수들. 연합뉴스

신영철 감독은 “알렉스가 설사를 하고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몸이 안 좋았던 것 같다”며 “어제 잠도 잘 못 자고 안 좋았다고 한다. 미리 이야기했으면 오전에 병원에 가든가 할 수 있었는데 미팅할 때까지도 이야기가 없었다. 왜 안 했냐고 물어보니 고개 숙이고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무슨 일 있으면 빨리 이야기하라고,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며 “관리 못한 감독의 책임이 제일 크다. (우승의) 좋은 기회가 왔는데 스스로 놓쳤다”고 덧붙였다.

승리한 대한항공 선수들도 베스트 전력으로 우리카드를 누르지 못한 데 대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터 한선수는 “이긴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화가 났다”며 “지든 이기든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알렉스가 5차전에선 최고의 몸 상태로 (인천에) 왔으면 좋겠다. 저희는 베스트 전력으로 5차전에 100% 모든 걸 다 쏟을 예정이기에, 우리카드도 5차전에 100%를 쏟길 바란다”고 작정 발언을 했다.

레프트 정지석도 “저희는 개인 플레이보다 팀이 이기기 위해 뭘 할까만 생각한다”며 “저는 5차전에서 손가락이 다 부러져도 뛰겠다. 관중석으로 몸을 날리건, 머리가 깨지건 다 걸고 해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