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이첩 요청권 조항과 관련해 “국민의 인권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대검은 최근 일선 청의 의견을 취합한 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을 공수처에 전달했다. 이는 공수처가 공수처법 제24조 제1항과 관련해 검·경, 해양경찰, 군검찰에 의견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은 공수처와 중복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도록 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7일 이첩요청 기준에 대해 관계 기관에 세부적 기준, 절차, 이첩하는데 소요되는 합리적 기간 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대검은 최근 일선 청의 의견을 받은 뒤 “국민의 인권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 고려해 이첩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시점부터는 이첩 요청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이 변경되면 사건 관계인이 새로운 수사 진행으로 인해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수사 장기화로 인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 선임을 두고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도 있다.
‘공정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추측을 넘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봐주기 수사 등 공정성에 의심이 제기될 만한 객관적 정황이나 사실이 발견된 경우에만 이첩을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공정성 논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이첩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법조계는 대검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한 데에 “이첩 요청 권한이 제한적 사용돼야 한다”는 의중이 반영됐다고 본다. 현직 검찰 간부는 “이첩 요청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사건 가로채기'식 이첩 요구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