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그래서 결론이 뭐야? 지금 우리한테 비트코인을 하자는 거야?”
가상화폐를 소재로 한 한국 소설이 나왔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장류진의 첫 장편 소설 ‘달까지 가자’(창비)는 제과회사 입사동기인 세 여성의 가상화폐 투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상화폐는 디지털경제의 새로운 화폐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무모한 투기라는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임금과 저축으로는 부를 일굴 수 없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모험적 투자, 도박적 상품으로 비치기도 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세대는 압도적으로 2030이 많다. 그래서 가상화폐는 2030세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달까지 가자’라는 소설의 제목은 일확천금, 벼락부자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일확천금 가즈아!’ ‘인생 한 방!’ ‘벼락부자 한 번 돼보자’ 그런 뉘앙스다. 하지만 청년들의 이런 얘기들이 되려 쓸쓸하게 들리는 건 ‘이생망(이번 생을 망했어)’을 외치는 그들의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은 각각 경력도 나이도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서로를 ‘동기’라고 생각하는 사이다. 셋을 묶어주는 또 다른 요인은 그들이 비슷한 부류라는 점이다. 인사평가는 늘 ‘무난’을 넘지 못하고, 월세에 살며, 스트레스는 고작 달달한 디저트로 해소하는. 회사 생활은 늘 어렵고, 돈은 늘 부족하고, 미래는 늘 불안하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은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이더리움 투자를 시작하게 된다. ‘우리 같은 애들’한테는 이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흔들리고 만다. 그렇게 그들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걱정 마. 우리 저기까지 갈 거잖아.”
작가 장류진은 등단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주제를 젊고 개성적인 문체로 드러내는 데 솜씨를 보여줬다. 신작에서도 가상화폐를 소재로 만성적인 저성장 시대와 세습 자본주의를 통과하는 ‘코인세대’의 초상을 유쾌하게, 또 서늘하게 그려낸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