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전화하지 않았으면 계속 거기 앉아 있었을 거잖아요”
지난 10일 오후 4시29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주상복합건물 1층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200여명이 대피했다.
1층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이은향씨는 화재 당시 비상벨이 짧게 울렸는데 건물 관리사무소에서 ‘오작동’이라고 하면서 대피가 늦어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씨는 14일 “화재 초기 1층 상가에 1초 정도 짧게 화재 비상벨이 울린 뒤 꺼졌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더니 오작동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YTN에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몇 분 뒤 주차장에서 연기가 나는 걸 본 남편이 대피하라고 연락을 줘 급히 가게를 뛰쳐나왔다.
이씨는 “남편이 전화하지 않았으면 나는 계속 거기 앉아 있었을 것”이라며 “대처를 해주시지 않으셔서 이렇게 피해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2층에 있던 상인들은 비상벨조차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후 4시35분쯤 연기가 올라오는 걸 보고 대피하기 시작했는데, 그제야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화재 피해를 입은 2층 상인 황학수씨는 “연기가 복도에 꽉 차 있는 상태였다. 화재라고 경고를 내가 입으로 외치고 나서 급히 챙겨 나오는데 그제야 경보음이 울리더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평소 화재 비상벨이 한 달에 두세 차례 오작동할 정도로 고장이 잦았다며 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물 임대·관리회사는 YTN에 화재 당시 비상벨은 뒤늦게라도 울렸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동안 비상벨이 오작동한 원인이 무엇인지, 수리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불이 났을 때 관리사무소 직원이 오작동이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