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심 출석하며 취재진에 손가락 욕설

입력 2021-04-14 20:31 수정 2021-04-14 20:35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으로 내신 시험을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드는 욕설을 했다.

현모 자매 중 동생은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관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은 행동을 했다. 그는 취재진이 “항소심 첫 공판에 나오셨다”고 하자 “아니다”고 했고,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자매는 교내 정기고사에서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이날 자매 측 변호인은 소지품 압수수색과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과정이 적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압수수색의 절차나 방법이 부적절했고 휴대폰 포렌식 참여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절차의 위법성을 강조했다.

자매 측은 전문심리위원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일부는 답안 유출 흔적이나 증거가 전혀 없이 유죄로 인정됐다”며 전문심리위원 신청을 통해 자매가 직접 문제를 풀었다는 점을 증명하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제 풀이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서면을 통해 주장하라”며 전문심리위원 신청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매 측이 요구한 문서송부촉탁과 숙명여고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은 받아들였다.

쌍둥이 자매는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취재진이 “기자에게 욕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자매 중 한 명은 “사람에게 달려들어 무례하게 물어보는 게 직업정신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왜 내가 푼 풀이를 가지고 (그러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른 것으로 조사돼 재판에 넘겨졌다. 1학년 1학기 종합 석차 121등이던 언니와 59등이던 동생은 답안 유출이 의심된 시점부터 1년여 만에 성적이 급상승, 나란히 문·이과 내신 전교 1등을 기록했다. 자매의 아버지는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자매는 지난해 8월 1심 법원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