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쪼개지는 SKT…‘신설 투자사’ 통해 공격적 투자 나선다

입력 2021-04-14 17:39

SK텔레콤(SKT)이 설립 37년 만에 인적분할 방식의 기업분할을 발표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SKT 신설 투자사가 직접투자에 나설 수 있게 돼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SKT는 14일 존속회사인 AI&디지털인프라컴퍼니와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존속회사는 통신을 기반으로 AI등의 신사업에 집중하고, 신설회사는 반도체 등의 글로벌 산업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존속회사인 AI&디지털인프라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ICT 계열사를 자회사로 둔다. 분할된 회사명은 추후 결정된다.

AI&디지털인프라컴퍼니는 5G 리더십을 기반으로 AI와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신사업으로는 클라우드, 구독형서비스 등이 있다. ICT투자전문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반도체 강국 위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뉴ICT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적극적으로 추진,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SKT는 그간 ‘빅테크’ 기업을 표방하며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 뉴 ICT 사업에 손을 뻗어왔다. 그러나 통신사 브랜드에 가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내부 지적이 있었다. SKT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장가치가 높은 회사들의 가치가 SKT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시장의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기업분할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구조 개편은 올해 내로 완료될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돼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을 기존 20%에서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현재 SKT가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은 20.1%다. 연내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을 경우 내년 이후 지분율 약 10%를 끌어올리기 위해 약 10조원이 소요된다.

이번 개편을 거치면 SKT의 투자 관련 여건은 크게 강화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을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투자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 지배구조 개편 뒤에도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 손자회사로 남지만, ICT투자전문회사가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어 기존보다 반도체 사업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박정호 SKT CEO는 오후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통해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의 계획을 설명했다. 박 CEO는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키워온 회사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한편 SKT는 일각에서 제기된 신설회사와 SK 지주회사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