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학생 숨지게 한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징역 8년 선고

입력 2021-04-14 17:09


음주운전으로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한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했는데 이날 그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에서 술에 취한 채로 운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28)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재판에서 사고 당시 왼쪽 눈에 착용했던 렌즈가 순간적으로 돌아갔고 오른쪽 눈은 각막 이식 수술을 받은 상태라 렌즈를 끼지 못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눈 상태가 좋지 않다면 운전에 더욱 주의해야 하나 음주운전까지 한 것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나 과거 음주운전으로 2회 처벌된 전력이 있음에도 또 다시 술에 취한 채 운전했다”며 “신호를 위반하고 제한속도까지 초과해 사람을 숨지게 했다”고 덧붙였다. 유족과 합의하지 못한 점, 유족과 피해자의 지인들이 강력히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구형보다 높은 형량에도 피해자의 지인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피해자의 친구 박모씨는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8년이 선고되긴 했지만 무기징역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음주운전으로 인해 친구는 삶을 잃었는데 어떻게 비교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 강모씨도 “윤창호법은 무기징역이 가능한 상황인데 검찰 구형과 법원의 판결 모두 부족했다”고 거들었다.

변호인은 “검찰의 구형량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법원의 판결에 감사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낼 경우 징역 4~8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권고 형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김씨는 가장 높은 형을 받은 셈이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