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유혈진압 명령에 환멸을 느낀 군인의 탈영을 막기 위해 군인 가족을 수시로 감시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수의 군인들은 가족의 신변을 우려해 군대를 탈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나우는 14일 군부의 명령에 불복한 탈영이 잇따르자 군부가 군인 가족을 통제하며 이탈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엔 양곤 지역에서 진압작전을 벌였던 77사단 소속 대위 등 4명이 탈영 후 시민 불복종 운동(CDM)에 가담했고, 다른 군인들도 군을 탈출해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가족을 볼모로 군인들을 통제하고 있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 사는 한 장교의 부인은 이전에도 군인 가족들의 이동이 제한됐지만 쿠데타 이후엔 훨씬 악화됐다고 미얀마나우에 전했다. 부대에 거주하는 가족에 대한 통제는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이 부인은 “그들은 보안 목적 외에는 외출을 할 수가 없다”며 “몇몇이 군대를 탈출하면서 밤낮으로 점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내에 살지 않는 나는 페이스북 계정에 대한 접근이 불허됐고 이전에 사용했던 전화번호 2개도 포기하도록 강요당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탈영해 CDM에 합류한 린 테뜨 아웅 대위는 “영내 거주자는 기본적으로 납치됐다고 보면 된다”며 “군부는 군인들이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려고 그 가족들을 이용하고 있다. 탈영하려면 가족을 데려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많은 군인들이 군부가 지시한 학살 명령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군부가 무고한 시민을 체포, 고문, 살해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가족의 안전을 우려해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나우는 “군인 가족이 인질로 잡혀있거나 납치 당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군인들이 기꺼이 독재에 불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통제하는 지역에 피신한 아웅 대위는 “가족이 보호받는다면 군인 75%는 탈영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군부의 통제로 외부 언론을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쿠데타를 지지하는 층도 적지 않다고 한다. 미얀마 군 장교의 부인은 영내 거주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인터넷도 불가능해 미야와디(국영 방송)에서 본 걸 전부 믿는다”며 “쿠데타가 선거 부정 때문에 일어났고, 권력 이양을 위한 선거가 1년 후 있을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부와 교전 중인 소수민족 반군 카렌민족연합(KNU) 부사령관은 최근 붙잡아 심문한 병사들이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돼 군부의 명령만 받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병사들은 가족과 만날 수도 없고 SNS에 접속할 수도 없다”며 “이는 어느 정도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