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절반 감축’ 공약 달성에 사실상 실패하자 올해 20% 감축 목표를 새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좌초될 공산이 커졌다. 건설업과 소규모 사업장, 고령자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올 1분기 사고 사망자가 전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4일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올 1분기 조사 대상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때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산재 사고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2017년 964명이던 사고 사망자 수를 725명(2020년), 616명(2021년), 505명(2022년)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와 달리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2020년 사고 사망자(882명)는 2017년 대비 82명(8.5%) 줄어드는 데 그쳤고, 2019년보다는 오히려 27명(3.2%) 늘었다. 고용부는 “이천 화재사고가 사고 사망자 증가에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재 사고사망자 절반 감축 공약 달성이 어렵게 되자 지난 2월 목표를 재정비했다. ‘전년(2020년) 대비 20% 감축’ 목표를 세워 올해 705명까지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20% 감축 계획마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올 1분에도 산재 사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등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보강했다. 지난해 산재 예방 예산을 2017년보다 1400억원가량 늘어난 5134억원으로 책정하고, 근로감독관 정원도 1898명에서 2995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건설업, 소규모 사업장, 60세 이상 고령자 사망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과 인력을 늘리고도 실질적인 맞춤형 전략 수립에는 실패한 셈이다.
실제 지난해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전년보다 30명 늘어 전체의 51.9%를 차지했다. 그 중 건축 공사 사고 사망자가 237명(51.7%)이었다. 또 5~49인 사업장에서 402명, 5인 미만에서 3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전년 대비 각각 43명, 11명 늘었다. 60세 이상 사망자는 62명 늘어난 34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고 사망자 10명 중 4명은 고령 노동자였던 셈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94명이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