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경차를 시속 121㎞로 가속해 들이받아 아내를 사망케 한 5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조현호)는 살인 및 교통방해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52)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19일 오후 6시10분쯤 전남 해남군 마산면의 한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차로 아내 B씨(47)의 차를 정면충돌해 숨지게 했다. A씨의 차는 쏘렌토, B의 차는 경차인 모닝이었다. B씨의 차량을 뒤따르던 쏘나타 운전자와 동승자도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A씨와 B씨는 이혼 소송 중이었다. A씨는 ‘밥을 차려주지 않는다’ ‘잠자리를 거부한다’ 등 이유로 B씨를 상습 폭행하고 흉기로 협박해 법원으로부터 B씨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도 받은 상태였다. A씨는 B씨를 살해하기 사흘 전인 16일부터 접근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B씨에게 접근해 경찰에 신고되기도 했다.
재판에서 A씨는 B씨에 대한 폭행과 협박 등 범행에 대해 시인했다. 그러나 B씨를 사망케 한 살인 및 교통방해치상 혐의에 대해선 줄곧 부인했다. A씨는 “(자신의)집으로 가던 중 B씨의 차량을 우연히 발견했고, 잠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차를 멈춘 것뿐”이라며 “차를 막으면 B씨가 당연히 피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관계, 좁은 직선 도로에서 과속해 정면충돌한 정황 등을 토대로 A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편도 1차로 도로에서 B씨의 차량과 충돌 직전 시속 121㎞로 가속해 재판부는 이 점을 살인죄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핸들 각도와 당시 속도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차량 충돌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차량 충돌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2차 충돌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또 다른 피해자들이 피하거나 멈출 겨를 없이 충돌해 중한 상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단순히 피할 줄 알았다 식의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보이며 합의 또한 이루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