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량 지상도로 출입을 금지해 ‘갑질’ 논란을 빚은 서울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에 대해 택배기사들이 세대별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14일 강동구 A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오늘부터 물품을 아파트 단지 앞까지만 배송하고 찾아오시는 입주민 고객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일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13일까지 아무런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사실상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배송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입주자대표회의는 택배차량 출입 제한 이전 1년의 유예기간을 줬다지만, 그 유예 결정을 누구와 협의해 내렸는지가 핵심”이라며 “지금 갈등은 택배 노동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했기에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택배 차량 제한은 노동자에게 더 힘든 노동과 비용을 강요하는 내용이라는 점 또한 문제”라며 입주자대표회의를 향해 책임지고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를 향해서도 “A아파트의 택배 접수를 중단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등 책임을 지는 자세로 나서라”면서 “정부 역시 중재를 위한 노력을 즉각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아파트단지에서 주민들에게 정문 앞 배송에 동참하지 않는 택배사들을 안내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는데 이는 택배기사들을 경제적 곤란에 처하게 하는 것”이라며 “모금운동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끝까지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택배노조에 동참하고 있는 회사는 롯데택배, 우체국택배 등이다. 노조 측은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 민간택배사 시가들도 동참하도록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A아파트는 이번 달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 도로 출입을 제한하고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거나 제한 높이 2.3m인 지하주차장에 출입 가능한 저상 차량을 이용하도록 했다. 택배 차량이 아파트 지상에 출입하다 보면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아파트 측 요구에 택배기사들은 배송 시간이 지연될 뿐 아니라 저상 차량에서 몸을 숙인 채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신체적 부담이 커진다고 반발했다. 택배기사들이 아파트 후문 인근에 택배를 그대로 두고 가 1000여 개의 물품이 쌓여 방치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입주민이 택배기사를 향해 던진 모욕적인 발언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정인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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