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표준영정 100호로 공식 지정된 조선 6대 왕 단종(端宗)의 어진(임금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14일 공개됐다.
강원도 영월군은 이날 오전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오창 화백이 제작한 단종 어진이 정부표준영정 제100호로 공식 지정됐다고 밝혔다. 작품은 가로 120㎝, 세로 200㎝로 제작됐다.
표준영정은 선현의 영정이 난립하는 것을 막고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뜻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단종 어진은 김호석 화백이 제작한 반신상이 잘 알려져 있었으나, 표준영정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어진은 살아있는 왕의 얼굴을 직접 보고 그린 도사(圖寫), 생존 시 그린 어진이 없어 얼굴을 아는 이들의 기억에 의존해 그린 추사(追寫), 기존 어진을 바탕으로 제작하는 모사(模寫)로 나뉜다.
단종의 어진은 생존 시 모습을 그린 도사 작품이 없어서 추사 방식으로 제작됐다. 단종 어진 제작엔 역사, 문화, 복식, 미술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전주 이씨 종중의 골상적 특징, 태조어진 경기전본, 세조어진 초본 등에서 공통된 특징을 추출해 반영했다. 추서 시점의 연령은 상왕때인 15세로 했다. 단종 어진은 장릉 경내에 있는 단종역사관에 영구 봉안될 예정이다.
단종은 1452년 12살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으나 1455년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내주고 상왕으로 물러났다. 16살에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 후 17살에 죽임을 당했다. 현재 영월에는 청령포, 장릉, 관풍헌 등 단종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단종 어진 제작은 단종 선양사업의 구심점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군은 1967년부터 단종문화제를 열어왔다. 문화제 주요행사는 단종 국장, 칡 줄다리기, 정순왕후 선발대회 등이다.
군은 단종 어진을 지역 문화 특성화 추진에 필요한 자원으로 활용해 문화도시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최명서 군수는 “단종 어진은 단종 삶의 궤적을 재조명하고, 후대에 남길 문화적 사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어진은 단종 선양사업의 구심점이 될 것은 물론 자자손손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으로 간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