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식 결정한 가운데, 일본 부흥청의 삼중수소(트리튬) 안전성 홍보 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부흥청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시민들에게 친숙함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으나 일본 현지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14일 도쿄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흥청은 13일 홈페이지에 ‘ALPS 처리수에 대해 알고 싶은 3가지’(바로보기)라는 제목의 홍보물과 유튜브 동영상을 게시했다.
홍보물과 영상에는 캐릭터로 표현된 삼중수소가 지자체 마스코트처럼 등장한다. ‘트리튬’ 캐릭터는 ALPS처리수를 설명하는 자료에 귀여운 디자인으로 묘사돼있으며, 캐릭터 옆에는 삼중수소가 빗물이나 바닷물, 수돗물은 물론 인간의 몸 안에도 존재한다는 설명이 적혀있었다.
‘ALPS 처리수’는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한 차례 걸러 내 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의미한다. 그중 삼중수소는 ALPS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앞서 일본 정부는 이 ALPS 처리수에 400~500배의 물을 부어 희석해서 해양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방사성 물질에서 전체 원자들의 절반이 붕괴되는데 소모되는 시간)는 12.3년이라 완전히 사라지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삼중수소가 체내에서 붕괴해 방사선을 방출하면 내부 피폭의 우려가 있으므로 오염수 방류에 우려가 쏟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흥청은 ‘트리튬’ 캐릭터를 실은 홍보물을 통해 “삼중수소는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물과 함께 배출되며 해양 방출 시 농도를 큰 폭으로 희석하기 때문에 수돗물과 같은 수준이 된다”고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한 “도쿄전력 제1원전의 삼중수소 저장량과 비교하면 프랑스의 ‘라 아그’ 재처리 시설은 연간 16배, 한국 월성원전은 연간 6분의 1의 양을 배출중”이라며 오염수 배출의 당위성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삼중수소를 캐릭터화한 이유에 대해 부흥청 담당자는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의 안전성을 알리는 등 “(시민들에게) 친숙함을 주기 위한 의미가 크다”고 답했다. 또한 “‘선’도 ‘악’도 아닌 중간적인 느낌을 목표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를 접한 일본 현지에서는 거센 비판의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국가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하면서도 좋은 일인 것처럼 포장하려 든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일본 누리꾼들은 SNS에서 도쿄신문 보도를 인용하며 “삼중수소에 친숙해져서 어쩌란 말이냐. 미화하지 말라”, “과학적 설명 없이 무조건 캐릭터화하는 건 문제”, “혈세 낭비하지 말고 방류를 멈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부흥청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재난 복구와 지역 부흥을 위해 만들어진 중앙기관이다. 2031년까지 활동한 후 해산할 예정이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