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약 이벤트에 참여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결심한 게 아니더라도 포인트 지급 등 혜택에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해본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전예약을 한다고 꼭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사전예약 이벤트 후 제품 구매를 결정하라고 업체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그리고 이미 주문이 들어간 결제 링크까지 보내온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최근 종합생활가전 기업 위닉스의 사전예약 이벤트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전예약을 신청한 고객에게 전화한 상담사가 중간에 통화가 끊기자 고객 이름으로 제품 주문을 대신 완료하고, 결제 링크를 메시지로 전송했는데 이를 받은 고객이 불쾌감을 표하고 나온 겁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위닉스는 지난 12일 텀블 건조기와 세탁기 출시에 앞서 사전예약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사전예약 페이지에서 제품을 ‘위시리스트’에 담고 친구 추천을 하면 네이버 페이 5000원을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이벤트였는데요. 사전예약 알림을 신청한 이들에게는 해당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링크가 문자로 발송된다고 공지됐습니다. 이 이벤트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많은 네티즌이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받기 위해 사전예약 알림을 신청했었습니다.
그런데 위닉스에서 사전예약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단순히 구매 링크를 보내주는 것을 넘어 고객 이름으로 제품을 대신 주문한 뒤 결제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위닉스 이벤트 구매 링크만 받고 오천 원 받는 게 아니었네’라는 제목의 글에서입니다. 글쓴이는 “방금 (위닉스에서) 상담 전화 왔길래 바빠서 통화 곤란하다고 했더니 그럼 전화 다시 하겠다고 하면서 일단 문자로 할인 구매 링크를 보내준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그랬더니 (상담원이) 자기 마음대로 위닉스 임직원 복지몰에서 내 이름으로 주문을 완료하고 139만원을 결제하라고 링크를 보냈다. ARS로 결제하고 주소 변경하라더라”고 전했습니다.
글쓴이는 이후 상담원에게 글쓴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제품을 주문한 사실에 대해 항의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개인정보를 일회성으로 활용하는 거라서 개인정보 가지고 마음대로 어떻게 하는 게 아니다.(글쓴이의) 이름으로 주문한 것은 맞지만 다른 결제정보는 없으니까 강매가 아니고, 기분 나쁘면 그냥 문자를 삭제하라”는 답을 받았답니다.
이 글 이후 해당 커뮤니티에는 위닉스에서 비슷한 연락을 받았다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이들에게는 여러 차례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고 합니다. 글쓴이처럼 결제 링크까지 받은 경우는 아녔지만, 광고 전화가 계속 걸려와 당황스럽다는 호소가 이어졌습니다. 전화 수신 동의는 하지 않았었다는 거죠.
많은 누리꾼들도 “멋대로 주문 넣고 결제해달라는 건 오바다” “139만 원이나 되는 결제 링크를 막 보내다니” “애초에 텔레마케팅 포함된 줄 알았으면 이벤트 신청 안 했다” “어느 사이트에 가입해도 문자, 이메일, 유선수신 동의 다 따로 하는데”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사전구매’를 예약한다는 취지의 이벤트였던 만큼 구매 권유 연락을 뭐라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5000원이 공짜라고 생각했냐” “안 산다고 (상담원에게) 의사 표시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 비판이 과열됐다” “실제로 돈이 빠져나간 것도 아니지 않냐” 등 의견을 낸 누리꾼들은 위닉스 측 대응을 이해한다는 입장이었죠.
위닉스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에 “개인정보 제공, 마케팅 제공 동의를 선택하면 아래에 ‘구매의사를 확인하는 전화가 갈 것’이라는 설명이 달려있었다”면서 “절차상으로도 법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제가 만약 소비자라도 네이버페이 5000원이 바로 들어오는 간단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그 안에 여러 가지 내용을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았을 것이다. 오해할 수 있다”라며 “구매링크에 들어간다고 바로 결제되는 건 아니다. 그대로 (문자를) 삭제해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벤트에 응모할 때 자세한 조항들을 일일히 읽어보지 않는 분들도 많지요. 특히 위닉스 이벤트는 ‘선착순으로’ 네이버 포인트 5000원을 지급했으니 조항을 다 읽어보고 신청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신청만 하면 끝인 줄 알고 있었던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를 도와드린다는 전화와 아예 주문까지 넣은 구매 링크를 받고 당황스러웠을 수 있습니다.
사전예약 이벤트인데 주문을 넣은 상담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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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 인턴기자